금융위원회가 12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부실기업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은 단순히 상장 유지 요건을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 내 한계기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솎아내기 위한 ‘정밀 타격’으로 평가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권대영 부위원장은 이번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부실기업의 신속하고 엄정한 퇴출을 통해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개편안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상장폐지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시가총액이 200억 원 이하인 기업은 즉시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하게 된다. 또한, 상장 유지 개선 절차가 기존 1.5년에서 1년으로 단축되어 기업이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이러한 조치는 코스닥 시장에서 부실 상장사의 수를 대폭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거래소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새로운 기준이 적용될 경우 올해 최대 220개 상장사가 상장폐지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이는 지난해의 상장폐지 결정 건수인 38건의 약 6배에 해당하는 수치로, 코스닥 상장사 10개 중 1.3개가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번 개편안은 심사 없이 즉각 퇴출되는 ‘형식적 요건’의 비중이 급증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기업의 개선 노력이나 거래소의 재량이 개입할 여지가 적은 ‘기계적 퇴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는 일부 저시가총액 기업들이 상장 지위를 자금 조달의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시장의 지수를 제약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의 선별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의지를 명확히 하고 있다. 권 부위원장은 동전주에 대한 문제도 지적하며, 25년 전부터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으나 이제야 국제적 기준을 도입하게 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코스닥 시장은 지난 20년간 1353개 기업이 신규 상장된 반면, 퇴출된 기업은 415개에 불과해 ‘다산소사’ 구조가 지속되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가총액은 8.6배 증가했지만, 지수 상승은 1.6배에 그쳐 내부의 실질적인 성장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상장폐지 요건의 변화는 오랜 기간 사실상 동결 상태에 있었던 만큼, 이러한 변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금융당국은 부실기업 문제의 누적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신뢰받는 시장으로의 대도약을 위해 보다 빠르고 엄정한 퇴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안을 통해 코스닥 시장의 체질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연구자는 한계기업 증가가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시장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언급하며, 한계기업의 퇴출이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상장폐지 요건 강화가 단기적으로 기업과 투자자에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동전주와 저시가총액 종목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거래소는 설 연휴 이후 기업 의견을 수렴하여 제도를 보완할 예정이다.
또한, 금융당국은 장외시장인 K-OTC에 상장폐지기업부를 신설하여 상장폐지 기업에도 일정 기간 환금성을 제공하고, 요건을 충족할 경우 정식 종목으로 재편입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퇴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재도전을 지원하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권 부위원장은 불공정행위에 대한 철저한 단속을 예고하며, 부실기업이 퇴출된 자리를 유망 혁신기업으로 채우기 위해 상장 제도 개선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인공지능, 우주, 에너지 분야에 맞춤형 기술특례상장을 도입하고, 혁신기술 심사 대상을 확대하는 등 성장 산업 중심의 상장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번 상장폐지 개편안은 코스닥 시장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관련기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636797?sid=101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