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보도된 바에 따르면, 북한 김정은 정권이 미국의 제재를 피해 불법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어둠의 은행가’로 지목된 심현섭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심현섭에 대해 7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며 그를 추적하고 있으며, 그의 주요 임무는 해외에서 북한 정권을 위한 자금을 세탁하는 것이었다.
심현섭은 북한 대외무역은행의 계열사 대표로 활동하며,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불법 금융 거래를 주도했다. 그는 과거 탈북한 류현우 전 대사대리와의 대화에서 자신의 자금 세탁 방법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심현섭은 암호화폐를 현금으로 바꾸기 위해 브로커를 통한 복잡한 거래를 진행하며, 이를 위장 회사의 계좌로 이체한 후 현금화를 시도했다.
북한의 IT 노동자들이 해킹을 통해 암호화폐를 탈취하면, 이 자금을 심현섭에게 전달하고 그가 이를 세탁하여 자금을 현금화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심현섭은 UAE와 중국의 브로커들에게 암호화폐를 전달하고 이를 달러로 바꾼 후, 위장 회사의 계좌로 송금받았다. 이후 그는 직접 김정은 정권을 위한 물품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활용했다.
2019년, 심현섭은 러시아 하바롭스크에서 헬기를 구매하는 데 30만 달러를 사용하는 등 구체적인 거래 사실이 드러났다. 이 거래는 짐바브웨의 한 로펌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심현섭은 미국의 주요 은행을 통해 다수의 금융 거래를 성사시킨 것으로 확인되었다. 기소장에 따르면, 심현섭은 시티, JP 모건, 웰스파고 등 미국 은행을 통해 7400만 달러에 달하는 거래를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심현섭은 북한의 또 다른 외화벌이 수단인 ‘가짜 담배’의 제조와 밀매에도 관여했다. 북한은 유명 브랜드 담배를 모방한 제품을 제조하여 베트남과 필리핀 등지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심현섭은 이를 위한 담뱃잎을 조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중국 및 UAE에 설립한 위장 회사를 통해 담뱃잎을 구매하고, 이를 북한으로 운송하기 위해 복잡한 금융 거래를 진행했다.
심현섭은 2016년 유엔 제재 명단에 올랐으며, 2023년에는 미국의 제재 대상자로 지정되었다. 그는 2022년 UAE에서 추방된 뒤 현재 중국 단둥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되지만, 그를 체포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WSJ은 중국 외교부가 심현섭의 활동에 대해 알지 못하며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번 보도는 심현섭이 북한의 불법 금융 활동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드러내고 있으며, 국제 사회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북한의 자금세탁 및 불법 자금 조달 구조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229258?sid=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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