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적재산권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 지식재산권청(KIPO)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1909년 독립운동가 정인호가 말총 모자 디자인으로 한국 최초의 특허를 받은 이래, 한국의 산업과 기술 혁신을 이끌어온 수많은 기업들의 노력을 반영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한국의 독립을 기념하는 80주년과 발명의 날 60주년을 맞아 KIPO는 특허와 상표 등록 현황을 정리하여 발표했다. 1946년 특허법과 1949년 상표법 제정 이후의 모든 등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이 분석은 한국의 산업 발전과 기술 혁신의 기초를 다진 기업들을 조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체 특허의 약 6%를 차지하는 134,802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회사가 전자업에 진출한 1969년 이후 급속도로 혁신을 이루어낸 결과다. 특히 2024년 한 해에만 5,255건의 특허를 등록하면서 글로벌 기술 혁신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의 뒤를 이은 LG전자는 물론 현대자동차, SK hynix, LG디스플레이 등이 상위 5위 안에 들어, 한국의 반도체, 전자제품, 자동차 및 디스플레이 산업의 상징적인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들 기업은 스마트 가전, 전기차, 고대역폭 메모리와 같은 차세대 기술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지적재산권의 경쟁력이 산업의 힘과 직결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상표 등록 현황에서도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아모레퍼시픽이 16,514건의 상표를 보유함으로써 가장 많은 등록 상표를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1945년 태평양상사로 시작하여, 설화수, 헤라 등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의 상표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상표 등록 수는 한국의 화장품 산업을 대표하는 지표가 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9,357건의 상표를 보유하여 3위에 올랐고, LG생활건강과 CJ가 각각 2위와 4위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특허 출원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특허의 질 향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업의 경쟁력을 반영하는 IP 획득은 중요하지만, 양적 과잉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광형 원장은 “특허 수가 많지만, 이들이 고품질인지 여부의 평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국의 높은 특허 무효율을 지적하며, 이는 과도한 양적 집중으로 인한 결과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특허청의 심사 기준이 너무 느슨하다는 점도 지적하며, “심사관이 너무 적고, 업무가 집중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더 많은 특허 출원의 유입으로 이어져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결국, 한국의 특허 시스템은 양적 성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질적 개선을 통해 진정한 지적재산 강국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일깨워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한국은 세계의 기술 혁신을 선도하는 국가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기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489459?sid=104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