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혁신이 대기업의 과실로 전락하는 현실

최근 대한민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도입한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에게는 기회의 장이 아닌 무덤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제도는 본래 신기술과 신산업을 시도하는 기업들에게 규제를 유예하거나 면제해주는 취지에서 시작되었으나, 이제는 그 본래의 목적이 퇴색되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조각투자 장외거래소의 예비인가를 보류하면서 스타트업 업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당초 유력한 사업자로 거론되던 루센트블록은 2021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며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를 통해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뒀으나, 이제는 자본력 있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밀려 시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금융당局의 결정은 규제 샌드박스가 본래의 취지인 혁신을 지원하기보다는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대기업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루센트블록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8년 간의 노하우를 쌓아왔으나, 자본시장법상의 ‘발행·유통 분리’ 원칙에 따라 큰 기관들에게 유통 시장 운영권이 넘어가는 상황에 놓였다. 이는 결국 스타트업이 혁신의 리스크를 감내한 결과로 얻은 성과가 대기업의 손에 넘어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루센트블록의 경쟁사인 넥스트레이드가 루센트블록의 노하우를 파악한 후 독자 진출을 선언한 사건은 스타트업의 기술이 쉽게 탈취될 수 있는 환경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상황은 루센트블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블록체인 핀테크 기업인 다윈KS 역시 비대면 외화 환전 기술로 샌드박스 승인을 받았으나,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사업이 중단된 사례가 있다. 정부 부처 간의 엇박자와 입법 지연은 스타트업들이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으로 내몰리는 구조적 문제를 낳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차지인과 같은 스타트업은 정식 법제화가 지연되는 사이 다른 기술 트렌드에 뒤처지며 결국 법정관리를 선택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규제 샌드박스의 도입 초기에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이며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었지만, 이제 그 제도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입법 지연, 부처 간의 갈등, 기득권과의 조정 실패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스타트업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핀테크 산업협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당국에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인가를 조속히 결정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으며, 전문가들 역시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보다 투명한 원칙 아래에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스타트업이 혁신을 통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있어 법적·제도적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시장에서의 기여도를 인정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졸업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착륙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러한 변화가 없다면 정부의 혁신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으며, 향후 스타트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도 어렵게 될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내릴 결정은 우리의 벤처 혁신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짓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4/0000102880?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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