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간의 기술 분쟁은 원전 기술 자립을 위한 한국의 노력이 겪고 있는 갈등의 축소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지식재산처 업무보고에서 언급한 이 사안은 단순히 특허의 만료 여부를 넘어서, 영업비밀이라는 복잡한 법적 틀 속에서 얽혀 있는 문제를 드러낸다.
특허는 기술 공개를 대가로 일정 기간 동안의 독점권을 부여받는 제도다. 그러나 영업비밀은 기술 정보를 비공개로 유지함으로써 무한정 보호받을 수 있는 특성을 지닌다. 이로 인해 영업비밀이 침해당하면 그 피해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질문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웨스팅하우스의 한국 기업들에 대한 제재가 법적으로 정당한지를 묻는 것이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체코 원전 수출 과정에서 미국의 동의 없이 기술을 이전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사건은 단순히 특허가 만료되었는지를 판단하는 문제를 넘어, 비공식적인 기술 유출과 관련된 문제로 비화되었다. 한수원은 해당 기술이 국산화되었음을 주장하며, 자국의 기술력이 적용된 원전 설계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하지만 웨스팅하우스는 이 기술이 비공개 계약에 따라 보호받는 영업비밀로 분류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갈등은 원천기술의 정의와 범위가 모호한 데서 비롯된다. APR1400을 개발하는 데 있어 웨스팅하우스의 PWR 기술이 중요한 기초를 이루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일지라도, 웨스팅하우스가 주장하는 원천기술의 소유권을 근거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의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SMR은 인공지능 시대의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차세대 원자로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SMR을 개발하더라도 웨스팅하우스가 기술 검증을 통해 영업비밀 침해를 주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와 같은 분쟁이 반복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결국, 원전 기술 자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히 특허권의 문제를 넘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김한곤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 기술개발사업단장은 기술 독자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전대욱 한수원 사장 직무대행도 특허권 문제를 해결하고 개발 중임을 알렸다. 하지만 원전 기술이 단순한 설계도면에 그치지 않고, 고도로 복잡한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핵심 기술을 확보한 후 영업비밀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러한 접근은 한국이 원전 기술 자립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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