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한웅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는 한국 과학기술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학자입니다. 그는 대통령이 의장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두 차례 구성원으로 참여하며, 박근혜 정부에서는 위원으로, 문재인 정부에서는 부의장으로 활동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그는 국가 연구개발(R&D) 정책 수립 과정과 예산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염 교수는 이재명 정부에서도 국정기획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합류하여, 과학기술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한국의 과학기술 정책에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 전략이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을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이를 통해서는 한국이 추격자 신세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단언했습니다.
염 교수는 현재 인공지능(AI) 혁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책 논의가 실종된 채로 대선이 치러졌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그는 새 정부의 대선 공약집을 살펴보았을 때, 당면한 문제에 대한 대응은 있지만 국가 R&D 정책의 근본적인 비전이 결여되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과학기술 정책과 산업 정책을 혼동하는 경향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그는 국가 과학기술 정책이 국민 건강, 에너지, 통신, 첨단 산업 등 다양한 영역을 포함하지만, 각 정책은 별도의 예산 항목으로 집행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국가 R&D 예산 약 30조 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논의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이러한 점을 고려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며, 단순히 예산을 늘리거나 고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국가 R&D 정책이 정권 교체에도 흔들리지 않아야 하며, 정책의 목적과 비전이 명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과학기술이 단기적인 경제 운영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정부가 기초과학에 투자할 인센티브가 부족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염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가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포항 가속기연구소의 극자외선(EUV) 가속기와 같은 사례를 언급하며, 이러한 대형 프로젝트가 실제로 작동하지 않거나 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정부가 세계 1등 상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AI와 관련된 정책도 경제와 산업 정책의 일환으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과학기술 정책이 민간 기업과 대비되는 국가 R&D의 목표와 역할을 명확히 정립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모든 분야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과학기술 정책이 산업화 시대의 전략을 반복하고 있으며, 이는 시대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염 교수는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1등 기술을 추격하는 전략은 영원한 추격자 신세를 면치 못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AI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과학기술 R&D는 AI 이후의 혁신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염 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통제할 수 있는 국가 R&D 예산이 실제로 얼마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30조 원 중 약 7조 원 정도가 실제로 활용 가능한 예산이라고 보았습니다. 나머지는 대학과 연구소 유지에 필요한 고정비용으로, 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대한 저항이 컸던 이유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염 교수는 유럽연합(EU)의 과학기술 정책 목표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EU는 기초 연구, 공공기술, 산업 경쟁력을 위한 과학기술에 투자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그는 한국이 당장 급한 문제에 투자하는 것과 달리, EU는 미래 산업의 기초 과학기술에 투자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염 교수는 한국이 과학기술이 국가 발전의 핵심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점이 다른 나라와의 차별점이라고 말하며, 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참조기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157176?sid=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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