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성들이 뷰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소비문화의 변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 남성들은 면도 후 애프터셰이브를 바르는 것을 넘어 세럼, 쿠션, 향수 등 다양한 뷰티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이와 같은 변화는 ‘그루밍’족으로 불리는 남성 소비층의 등장을 이끌었으며, 이로 인해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은 1조 원을 넘어섰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4년까지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은 1조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19년의 6000억 원에 비해 두 배 가까운 성장을 의미한다. 특히 스킨케어, 향수, 헤어케어 분야가 주도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남성 뷰티 제품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올인원(All-in-One) 제품과 저자극 기능성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후 화상회의의 일상화로 인해 ‘화면 속 얼굴이 곧 프로필’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남성들의 뷰티 제품 소비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연구원 윤지은은 남성들이 뷰티 제품을 소비하는 경향이 ‘꾸민다’보다는 ‘관리한다’는 표현으로 더 잘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자기 관리의 연장선에서 뷰티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남성 뷰티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 대비 68% 증가한 사실은 이러한 추세를 잘 보여준다. 이제 남성 화장품은 과거 여성 화장품의 보조 카테고리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브랜드들로 시장이 세분화되고 있다. 주요 화장품 기업들도 남성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아모레퍼시픽은 ‘라네즈 옴므 액티브워터’와 ‘설화수 윤조에센스 포맨’ 같은 프리미엄 라인을 강화하고, LG생활건강은 ‘보닌(BONNEIN)’과 ‘벨먼옴므’로 기능성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남성 소비자들의 구매 채널 또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전통적인 백화점과 면세점 중심의 구매에서 벗어나, 온라인과 라이브커머스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네이버와 쿠팡 등 주요 플랫폼에서 ‘남성 스킨케어 세트’와 ‘남자 쿠션’ 검색량은 1년 사이 80%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남성 화장품 매장을 3개 층으로 확대하였고, 롯데백화점은 ‘맨즈 라운지’를 개설해 향수 및 피부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타트업들도 남성 그루밍 시장에 활발히 진입하고 있다. 블랭크옴므, 닥터자르트 포맨, 보타닉힐보이 등은 젠더리스(성 중립) 콘셉트로 2030세대를 겨냥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남성용 화장품 브랜드 스타트업 세이션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이들은 무더운 기후에 맞춘 기초 화장품과 헤어왁스, 썬크림 등을 전략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구경모 세이션 대표는 동남아시아 시장에서의 성공 비결로 ‘시딩 마케팅’을 꼽으며, 주요 인플루언서에게 제품을 제공하고 SNS 리뷰를 요청하는 방식을 통해 입소문을 내고 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해당 국가의 인플루언서들을 찾아내고, 관심이 있는 경우 즉시 제품을 보내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별도의 마케터 없이도 유명인 마케팅 효과를 얻는 셈이다. 구 대표는 “한국의 MZ세대가 꾸미기를 좋아하는 경향을 반영하여 남성 뷰티 브랜드를 창립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남성 뷰티 시장에서 향수와 립밤 같은 젠더리스 제품도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한 화장품 브랜드 관계자는 고객의 절반 이상이 남녀가 함께 사용하는 ‘공유용 향수’를 찾는다고 전하며, 중성적 패키징과 향조가 브랜드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남성 그루밍의 확산을 단순한 유행이 아닌 소비문화의 구조적 변화로 보고 있다. 한국소비문화연구소의 이지현 박사는 남성의 외모 관리가 자기 확신과 사회적 경쟁력의 표현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하며, 앞으로 뷰티, 패션, 헬스케어가 융합된 ‘토털 그루밍 산업’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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