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일고 있다. 바로 ‘플립(Flip)’이라는 개념이 그것이다. 이는 해외에 본사를 둔 한국 스타트업들이 기존의 한국 본사를 자회사로 편입하고, 새로운 법인을 해외에 설립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인공지능 스타트업인 웨인힐스브라이언트에이아이를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이러한 결정을 내리며, 그 배경에는 한국 시장에서의 평가 부족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 스타트업들은 더 큰 자본과 유동적인 규제 환경을 찾아 해외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플립은 단순히 주소를 옮기는 것을 넘어, 기업의 국적을 바꾸는 중대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해외 본사를 둔 한국 스타트업의 수는 186개로, 2014년의 32개와 비교했을 때 6배나 증가했다. 이는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더욱 확고히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성숙 중소기업부 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도 플립이 언급되었듯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플립의 장점은 명확하다. 해외 자본을 유치하고 나스닥 상장과 같은 엑시트 전략을 통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해외 시장에서의 현지화가 가능해지며, 이는 고객과의 심리적, 물리적 거리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한국의 복잡한 규제를 피하고, 유연한 사업 환경에서 기업의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 또한 플립의 매력 중 하나이다.
그러나 플립에는 단점도 존재한다. 가장 큰 장애물은 높은 세금이다. 주식 교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는 기업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으며, 이는 기업의 플립 결정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이다. 또한, 법률 및 회계 자문에 드는 비용, 그리고 핵심 인력이 한국에 남아 ‘무늬만 글로벌’이 되는 위험성도 간과할 수 없다. 이와 더불어 정부 지원의 단절도 스타트업들이 플립을 고민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모태펀드가 플립 기업을 포함한 국외 창업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여 스타트업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플립 현상이 단순히 개별 기업의 선택에 그치지 않고, 한국 창업 생태계의 위험 신호로 해석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대기업 중심의 경직된 투자 환경과 규제가 여전히 존재하는 한, 스타트업들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 해외로 떠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떠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스타트업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중대한 과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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