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테라퓨틱, 1450억 유상증자 통한 플랫폼 검증과 병렬 연구개발 확대

오름테라퓨틱이 최근 145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연구개발(R&D) 전략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번 유상증자는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항체분해약물접합체(DAC)를 중심으로 한 플랫폼 ‘TPD²’의 기술적 검증을 바탕으로 향후 연구개발을 병렬적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는 기존의 적자 구조 속에서도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이전 성과를 활용한 혁신적인 자금 투입의 시작으로 해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름테라퓨틱은 18일 1200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증과 250억 원 규모의 추가 유증을 결정했다. 이를 통해 발행되는 주식은 총 159만4775주로, 주당 9만355원에 거래될 예정이다. 조달된 자금은 항체약물접합체(ADC)와 표적단백질분해기술(TPD) 기반 신약 개발에 집중 투자될 계획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단일 파이프라인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병렬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개발 전략이 ‘가능성 입증’에서 ‘실행 가속’으로 전환되면서 임상 진입과 전임상 개발을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는 규모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기존 연구 지속이 아닌 실질적인 성과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오름테라퓨틱의 플랫폼 TPD²는 기존 ADC 구조에 GSPT1 분해 페이로드를 결합하여, 혈액암 및 고형암을 주요 적응증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이번 투자에 있어 단기 매출 창출보다는 임상 데이터의 축적과 플랫폼의 확장성이 더욱 중시되고 있다. 특히, TPD²는 단일 파이프라인 중심의 순차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후보 물질을 동시에 전개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향후 임상 및 전임상 단계에서의 성공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오름테라퓨틱은 2023년 3분기 기준으로 누적 영업수익이 2000만 원에 불과한 반면, 영업손실은 335억 원에 달하는 등 적자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재무적 배경은 유상증자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으며, R&D비 집행 속도가 유증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3분기에 누적된 R&D비는 216억8000만 원으로, 이는 지난해 연간 R&D비 170억4000만 원을 이미 초과한 수치다. 이러한 지출 구조는 복수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현금흐름 측면에서도 오름테라퓨틱은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 3분기 누적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43억9000만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된 상황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55억3000만 원이며,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기타 유동금융자산은 1283억9000만 원에 이른다. 하지만 임상 및 전임상 확대 국면에서는 자금 소진 속도가 빨라질 수 있는 구조라는 우려가 존재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오름테라퓨틱은 차입 대신 유상증자를 선택한 점이 주목된다. 매출 발생 이전 단계에서 부채를 늘리기보다는 자본 확충을 통해 재무 부담을 관리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유상증자가 단기 유동성 방어가 아닌, 향후 수년간의 임상 및 전임상 일정을 포괄하는 ‘런웨이 연장’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러한 접근은 개발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오름테라퓨틱의 병렬로 전개되는 파이프라인에서 얼마나 빠른 개발 진척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오름테라퓨틱은 2023년 10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에 ORM-6151을 1억8000만 달러 규모로, 2024년 7월 버텍스에 TPD²를 9억 달러 규모로 기술이전한 바 있다. 시장은 회사가 자체 임상에서 플랫폼의 재현성을 확인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으며, 특히 초기 임상의 안전성과 약동학 데이터가 중요한 평가 지표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TPD² 기반 DAC의 복잡한 작용 기전은 전임상에서의 성공적인 데이터가 반드시 환자 데이터로 이어져야 함을 의미하며, 그러지 못할 경우 병렬 연구개발 전략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르고 있다.

결국, 오름테라퓨틱은 대규모 유상증제로 당분간 개발 자금을 확보했지만, 동시에 복수 후보가 임상 단계에 진입할 경우 추가 자금 소요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점에서 재무적 지속 가능성을 시험대에 올리게 될 것이다. 업계는 이번 조달 이후 오름테라퓨틱이 임상 데이터로 신뢰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DAC가 TPD의 단백질 선택적 분해 기전과 ADC의 종양 선택적 전달 능력을 결합하여 기존 ADC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모달리티라고 평가하며, 난치성 표적을 공략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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