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창업 생태계에서 중장년 창업이 중요한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4년 창업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 창업자의 평균 연령이 54.7세에 이르렀으며, 창업자 80% 이상이 중장년층이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과거 10년 전에는 창업이 청년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현재는 50대와 60대가 창업 시장의 주요 주력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중장년층의 경제적 독립을 위한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2023~2024년 실시된 ‘1인 창조기업 실태조사’에서도 중장년 창업자의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 뒤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존재한다. 특히 중장년 창업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는 바로 자금 확보다. 정부 출연금 및 보조금의 활용률이 3% 미만인 현실은 중장년 창업자들이 초기 단계에서 필요한 자본과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들은 풍부한 산업 경험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창업을 위한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즉, 중장년 창업은 기회보다도 장벽이 더 많은 구조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서울시는 ‘중장년 창업포럼 2025’를 개최할 예정이다. 오는 28일 오후 2시 마포구 프론트원 박병원홀에서 열리는 이 포럼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주관하며, 중장년 창업컨설팅 지원사업의 성과와 우수사례를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번 포럼에서는 급변하는 창업 환경에 대한 대응 방안도 모색할 예정이다. 특히 ‘창업 트렌드 및 투자 연계 방안’에 중점을 두고, 중장년 창업을 단순한 생계형 모델이 아닌 지속 가능한 혁신형 모델로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적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중장년 창업 생태계의 중요성을 제도적으로 조명하는 매우 의미 있는 시도라 할 수 있다.
민간 부문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액셀러레이터 씨엔티테크의 전체 포트폴리오 중 31.42% 이상이 중장년 창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제조, 푸드테크, 헬스케어, 콘텐츠 등 다양한 산업에서 다년간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특히 기술 기반 스타트업 비중이 높다는 점은 중장년 창업이 단순한 ‘퇴직 후의 자영업’이 아닌, 산업 혁신형 창업의 새로운 원천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제 중장년 창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할 때가 왔다. 첫째, 정책의 정밀화가 필수적이다. 중장년 창업자는 이미 산업 경험과 전문지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 교육보다 실질적인 사업화 지원이 필요하다. 기술 검증, 시장 진입, 유통망 연계 등 실행 중심의 맞춤형 지원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둘째, 투자와 보육의 연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투자 시장은 대부분 청년 창업에 집중되어 있지만, 중장년 창업자의 기술력과 경영 안정성은 오히려 리스크를 줄이는 요소가 된다. 그러므로 정부 모태펀드와 민간 투자펀드에서 중장년 트랙을 따로 설정하고, 세제 혜택과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세대 융합형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청년의 디지털 기술력과 중장년의 산업 이해가 결합했을 때 진정한 혁신이 이루어진다. 이를 위해 세대 간 공동창업과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도적으로 장려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중장년 창업은 단순한 ‘노후 대비’가 아니라 국가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적 선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한국에서 중장년 창업은 고용 문제를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해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생애 전 주기에 걸친 창업 지원 체계를 설계하고, 중장년의 경험이 자산으로 전환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민간 부문에서 보여준 성과는 그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러한 민간의 실험이 정책으로 이어지고, 정책이 산업 혁신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절실하다. 서울시가 열 계획인 ‘중장년 창업포럼 2025’가 이러한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제 우리는 “누가 창업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경험을 어떻게 혁신으로 바꿀 것이냐”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중장년의 창업은 인생 2막이 아니라, 두 번째 성장의 기회이자 산업의 두 번째 도약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들의 경험이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때, 한국은 진정한 ‘전 세대형 혁신국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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