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생태계의 성숙과 실패의 재도전 문화

최근 몇 년간 초기 스타트업들 사이에서 실패가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수백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스타트업들이 폐업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기업의 실패를 격려하고 이를 치유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이는 실리콘밸리의 ‘실패 친화적 문화’와 유사하게, 실패를 자산으로 삼아 재도전의 용기를 북돋우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서울 용산에서는 벤처기업협회 산하 스타트업위원회와 YCN(Young CEO Network)이 공동으로 ‘Fail Fair(실패전시회)’를 개최한다. 이 행사에서는 창업자들이 자신의 실패 경험을 공유하고, 후배 창업자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기회를 마련한다. ‘∑실패=도전’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 행사에서는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극복 사례가 소개되며, 실패 사진과 표어 전시, 힐링 체험, 그리고 네트워킹 기회 등이 제공된다. 특히, 다양한 형식으로 실패를 유쾌하게 풀어내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스타트업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이용균 알스퀘어 대표는 “성공 중심의 창업 행사와는 달리, 실패 역시 중요한 자산임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창업자 간의 진솔한 교류를 통해 건강한 도전 문화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진우 YCN 회장 또한 “실패를 숨기지 않고 공유할 때 생태계 전체의 역량이 강화될 것”이라며 이번 행사의 의의를 강조했다.

또한, 최근에는 ‘스타트업 마무리 가이드북’이 발간되었다. 아산나눔재단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공동으로 제작한 이 가이드북은 폐업 과정에서 필요한 세무 절차, 법인 해산 및 청산 절차, 임직원 퇴직 처리, 그리고 지식재산권 정리 등 스타트업의 ‘현명한 마무리’를 위한 실무 지침을 상세히 다룬다.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는 폐업이 고객과 직원, 투자자 등에게 미치는 영향을 깊이 이해하고 책임감 있게 다루는 것이 진정한 마무리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공공과 민간이 함께하는 ‘스타트업 정리·재도전 조정기구’ 설립을 제안하였다. 이 기구는 스타트업의 마무리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간의 조정 및 정비를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기업 파산 시 발생하는 이해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실패가 창업자 개인의 삶의 실패와 연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이종수 서울대학교 SNU공학컨설팅센터 교수는 “창업의 본질은 단 하나의 완벽한 형체를 한 번에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라며 창업가의 도전 정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실패에도 불구하고 다시 도전하는 창업가의 정신이 더 큰 가치라고 덧붙이며, 그 정신이 살아있다면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한국의 창업 생태계가 성숙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을 통해 배워 나가려는 자세는 앞으로의 혁신을 이끌어낼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관련기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8/0005246039?sid=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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