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지방은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89개 시·군·구가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2022년 한국고용정보원의 분석에서는 228개 시·군·구 중 113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었다. 이는 지방의 거의 절반이 인구 소멸의 경고등이 켜진 상태임을 의미한다.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과 고령화, 일자리 부족이 겹쳐 지역 경제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연간 1조 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조성하고 지자체별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이들은 도로와 건물 등의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사업들이 단기적인 효과에 그치며 지역이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구조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지방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돈이 도는 지역’으로 변화해야 하며, 그 중심에는 ‘창업’이 자리 잡고 있다. 창업은 지역 인재들이 정착할 이유를 만들고 외부 청년들이 돌아오게 하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단순한 지원을 넘어, 창업이 일상적으로 이어지는 생태계가 필요하다. 이는 지역 대학, 지자체, 금융기관, 민간기업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창업 보육센터와 네트워크의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해외에서도 지방 창업을 통해 재생 모델이 성과를 내고 있는 사례가 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는 ‘털사 리모트(Tulsa Remote)’ 프로그램을 통해 침체된 도시로 원격근무 인재와 창업가를 유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2018년 이후 3천명이 넘는 인재가 이주하였고, 이들의 잔류율은 70%에 달했다. 스페인 말라가는 한때 산업 쇠퇴 도시로 알려졌으나, ‘말라가 테크파크(Málaga TechPark)’를 중심으로 700여 개 기업과 2만5천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며 비수도권 창업 허브로 부상했다.
국내에서도 ‘빛가람 에너지밸리(Energy Valley)’가 좋은 본보기로 떠오르고 있다. 한전 본사 이전을 계기로 조성된 이 산업·창업 클러스터에는 230여 개 기업이 입주해 지역 일자리와 기술 생태계를 함께 발전시키고 있다. 공기업과 지자체, 지역 대학, 정책 금융기관이 협력하여 만든 구조적 성공 사례로, 이와 같은 모델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
결국, 지방소멸의 해법은 ‘지속 가능한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진정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건물을 짓는 사업’이 아닌 ‘사람이 모이고 기업이 성장하는 환경’에 투자해야 한다. 지역의 미래는 결국 건물에 있지 않으며, 사람에게 달려 있다. 그러므로 지역에서 사람들이 머물며 일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정책의 핵심 방향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관련기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666/0000087372?sid=110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