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출신학교와 학력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명문화하는 내용의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은 출신학교 차별 방지법으로 알려져 있으며, 블라인드 채용의 법적 근거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 법안은 청년들에게 학력에 따른 차별을 없애고 개인의 노력과 실력 중심의 채용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취지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안에 대한 찬반 의견은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본지가 인사·채용 전문가 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 설문조사 결과, 출신학교·학력 기재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이 71.4%로 나타났다. 반면, 찬성하는 의견은 28.6%에 그쳤다. 이는 기업 현장에서 학벌이 작용하는 구조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설문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 중 절반은 출신학교와 최종학력을 고려하긴 하지만, 이들이 채용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신입 채용에서는 학력이 여전히 중요한 정보로 작용하지만, 경력직 채용에서는 직무 성과와 이력을 중심으로 평가가 이루어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채용 과정에서 출신학교와 학력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지 않겠다는 기업들의 의지를 보여준다.
법안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정보 차단이 공정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K사의 한 팀장은 최종학력과 전공, 출신학교가 지원자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정보라며, 이를 법으로 금지하면 기업이 잘못된 채용을 했을 경우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전문가인 C사의 대표는 과거의 학업 성취가 현재의 역량과 무관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신입·주니어의 경우 기업이 좋은 인재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법안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들은 학벌 제거가 완전한 해결책은 아닐지라도, 최소한의 차별 요소를 법적으로 없애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C사의 한 매니저는 학력이 성과와의 관계가 적은 다양한 직무에서 이를 제거하면 기업들이 평가 기준을 경험과 역량 중심으로 재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시작되고 있으며, 과거의 학위가 현재의 업무 능력을 설명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학벌로 인한 판단이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법안의 핵심 명분인 ‘사교육 문제 해소’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이들은 입시 및 사교육 문제의 근본 원인을 채용 관행 하나로 한정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고, 서울에 가지 않으면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힘든 구조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채용 절차에서 출신학교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사람 평가 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공통적으로 제기되었다.
전문가들은 일괄적인 금지보다는 학력을 대체할 수 있는 검증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의 표준화된 역량 평가 도구 지원이나 중소기업 대상의 채용 솔루션 바우처 제공 등의 대안이 제안되었다. 이는 단순히 출신학교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더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인재 평가 방식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국회에서도 시민단체와 교육·노동계가 참여한 ‘출신학교 채용 차별 방지법 추진 국민대회’가 열리며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은 학벌주의와 대학 서열화가 극심한 사교육과 저출생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경고하며, 채용 시 출신 학교 기재를 금지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득구 의원도 잘못된 관행과 차별이 구조화된 현 상황을 타파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이 법안이 우리 사회가 반드시 응답해야 할 시대정신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설문 결과는 기업 채용 담당자들이 학벌주의를 완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음을 보여준다. 출신학교를 가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기업이 사람을 평가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는 기업과 구직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대체 기준과 인프라를 함께 설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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