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는 피지컬 인공지능(AI)의 발전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펼쳤습니다. 피지컬 AI는 단순한 예측을 넘어 선제적 대응의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는 도시와 공장의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이러한 기술이 가져올 생태계 재구성을 위한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올해는 피지컬 AI 생태계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예상되며, 최근 출범한 피지컬 AI 글로벌 얼라이언스는 3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해 국가 차원의 전략적 노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가 함께 참여하는 이 얼라이언스는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며, 새로운 협력 모델을 제시합니다.
특히 ‘에이전틱 도시(Agentic City)’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미래형 도시를 의미하며, 단순히 많은 센서를 갖춘 스마트시티를 넘어 도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AI 에이전트로 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의 물리적 추론 모델인 코스모스리즌(Cosmos Reason)과 VSS(Video Search and Summarization) 시스템은 이미 교통사고 분석 및 범죄 수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용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혁신 기술들은 도시 안전 관리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에이전틱 도시는 도시 운영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합니다. 기존의 스마트시티가 인간의 판단을 보조하는 ‘증강’ 수준이었다면, 에이전틱 도시는 AI가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중국 항저우의 시티 브레인 프로젝트는 AI가 1000개 이상의 교차로 신호등을 제어해 교통 체증을 크게 개선한 사례입니다. 바르셀로나는 1만9000개의 센서를 통해 연간 5800만 달러의 물 관리비를 절약하고, 정책 제안에서 시민 참여를 유도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국제 경쟁 구도 또한 생태계 경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EU의 AI Act는 위험도 기반의 4단계 분류 체계를 통해 글로벌 규제의 기준을 선도하고 있으며, 미국은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ct)으로 520억 달러를 반도체 제조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14차 5개년 계획을 통해 500개의 스마트시티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강점은 정부, 민간, 시민사회의 균형 잡힌 거버넌스 체계에 있습니다. 23개국과의 K시티 협력사업과 국제 표준화 주도, 16개의 규제샌드박스 실증 특례 승인 등이 그 예입니다. 또한 삼성, LG, SK와 같은 하드웨어 기업과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 그리고 5G 인프라가 결합되어 한국형 피지컬 AI 생태계가 글로벌 경쟁에서 독특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적 우수성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구글의 사이드워크랩스 토론토 퀘이사이드 프로젝트가 시민 신뢰 부족과 데이터 거버넌스 문제로 중단된 사례처럼, 투명성과 책임성이 필수적입니다.
성공적인 피지컬 AI 생태계는 ‘기술, 거버넌스, 생태계’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시카고의 AoT(Array of Things) 프로젝트는 140개의 IoT 노드의 기술적 완성도보다 시민 사회의 거버넌스와 오픈소스 플랫폼을 통한 생태계 확장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한국형 피지컬 AI 모델 역시 프라이버시를 고려한 설계를 기본 원칙으로 하여, 단계적 확장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오픈 플랫폼을 통한 생태계 조성을 지향해야 합니다.
피지컬 AI 시대는 새로운 문명 실험으로, 자율주행, 로봇, XR 등과 같은 가시적 진보도 중요하지만, 도시가 지금 당장 성과를 내는 지점은 보이지 않는 정책, 데이터, 지식, 계약에 지능을 불어넣는 것입니다. 도시의 법령, 숫자, 그리고 절차가 모두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되는 순간, 우리는 미래 도시의 문턱을 넘어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문턱을 넘는 열쇠가 바로 AI 시티입니다. 이제 도시의 감각망, 판단망, 행동망의 통합이 완성되는 순간, 우리는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새로운 문명의 설계도를 완성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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