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원자력 협력이 단순한 기술 교류에 그치지 않고, 전략적 산업 생태계의 구축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종현학술원이 최근 발간한 ‘한미 원자력 협력 추진 전략’ 보고서는 현대 사회에서 원자력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의 에너지 수요 증가와 더불어, 미국의 대규모 신규 원전 건설 계획과 러시아 및 중국의 핵연료 공급망 전략이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한미 협력의 세 가지 주요 축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핵연료주기 분야에서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이는 원자력 발전의 효율성을 높이고,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둘째, 대형 원전의 설계, 조달 및 시공(EPC) 및 운영·유지보수(O&M) 분야에서도 한국과 미국은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셋째, 소형모듈원자로(SMR) 상용화는 양국의 협력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주목받고 있다.
인천대학교의 손양훈 교수는 한국이 건설과 운영에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이 차세대 SMR 설계와 지식재산권(IP)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양국의 협력이 서로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대형 원전 건설과 SMR 공동 개발이 한미 협력의 현실적인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또한 고순도 저농축우라늄(HALEU) 확보를 국가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면서, 한미 간의 규제 표준화 및 공동 오프테이크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 원전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는 표준화와 반복 시공 체계의 확립, 전문 인력의 세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으며, 미국 시장 진입 시에는 혁신적인 노형 전략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의 황용수 교수는 한국의 민수용 우라늄 농축 수요가 충분하다고 언급하며, 미국과 협력하는 동시에 러시아와 중국 등 지정학적 변수를 고려한 장기적인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MR 분야에서는 한미 협력이 산업 경쟁력 강화와 탈탄소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와 AI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이미 여러 SMR 업체와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핵추진 잠수함 도입에 대해서는 한미 연합 억제력의 일환으로 실질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기술 이전과 용도, 연료에 대한 단계별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유연한 접근을 주문했다. 최종현학술원의 김유석 대표는 원전, SMR, 핵추진 잠수함,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등은 개별 기술 이슈가 아니라 한국의 중장기 국가 전략에 있어 중요한 과제라고 밝히며, 현재 한미 공조 확대와 국제 협력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한국은 동맹과 비확산 체계 내에서 전략적 자율성과 산업적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협력과 전략적 접근은 한국의 원자력 산업이 국제적으로 더욱 경쟁력 있는 위치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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