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의 변화를 거쳐 ‘정글’로 변모한 대한민국 벤처 생태계

2023년 2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벤처 30주년 기념식’은 벤처 생태계의 역사와 발전을 돌아보는 의미 깊은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1세대부터 4세대에 이르는 다양한 벤처 창업가들이 모여 그들의 성장 스토리와 경험을 공유했다. 벤처 1세대의 대표로 나선 조현정 비트컴퓨터 대표는 1980년대의 벤처 생태계를 ‘사막’에 비유하며, 지금의 역동적이고 다채로운 생태계가 어떻게 ‘정글’로 변화했는지를 설명했다. 그는 당시 벤처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시절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오늘날의 투자와 회수, 재출자가 순환하는 시장을 형성해 나갔음을 회고했다.

조 대표는 1983년 대학 3학년의 나이에 한국 최초의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비트컴퓨터를 창립하고, 이듬해에만 1억7,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는 또한 1995년 벤처기업협회의 설립에 참여한 13명의 기업인 중 한 명으로, 대한민국 벤처 생태계의 초석을 다지는 데 기여했다. 그는 “투자를 많이 받고, 이를 허투루 쓰지 않는 건전한 생태계가 자리 잡은 것이 자랑스럽다”며, 오늘날의 벤처 생태계에 대한 자긍심을 드러냈다.

이날 행사에서는 2세대와 3세대, 그리고 4세대 창업가들이 각자의 경험을 나누었다. 김하연 나눔비타민 대표는 결식아동을 돕기 위해 개발한 앱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 경험을 공유했으며, 강석훈 에이블리코퍼레이션 대표는 OTT 플랫폼 ‘왓챠’를 공동 창립한 후 패션 추천 쇼핑몰 에이블리를 선보인 사례를 언급하며, 변화하는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는 AI 스타트업으로서 처음으로 1,300억 원의 누적 투자를 유치한 배경으로 ‘언러닝’을 강조했다. 이는 기존의 사고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이 대표는 “이전 것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팀원들과의 신뢰 구축이 이 과정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도 언급했다. 강석훈 대표는 “변하지 않는 원칙이나 기준은 없다”며, 팀의 상황에 따라 운영 방법이 변화할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유연한 태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한국이 AI의 생산국이 될지, 소비국이 될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진단하며, AI 인프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스타트업에서 출발하여 AI 반도체 완제품에 이르렀다는 것은 잠재력이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기념식은 대한민국 벤처 생태계가 지난 30년간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되새기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었다. 다양한 세대의 창업가들이 모여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미래의 벤처 생태계를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관련기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900841?sid=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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