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통 10개로 시작된 샘표가 오는 20일 창립 80주년을 맞이한다. 이 기업은 한국의 전통 장류 산업을 선도하며, K푸드를 세계에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샘표는 1946년, 실향민으로서의 고난을 겪으며 간장을 만들기로 결심한 고 박규회 회장에 의해 설립되었다. 그는 ‘내 가족이 먹지 못하는 것은 절대 만들지도, 팔지도 않는다’는 철학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였고, 이는 지금까지도 샘표의 핵심 가치로 자리잡고 있다.
창립 당시 샘표의 생산 설비는 20석, 즉 약 3.6㎘의 규모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연간 9만㎘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국내 최대의 장류 전문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샘표의 브랜드는 1954년 지식재산처에 등록된 ‘샘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상표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샘표’라는 이름은 간장의 기본 원료인 물과 그 근원인 샘에서 따온 것으로, 투명성과 신뢰를 상징한다.
1959년, 샘표는 홍콩에 첫 간장을 수출하며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한국은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던 시기였고, ‘수출 강국’이라는 개념은 생소했지만, 샘표의 품질이 인정받으면서 수출이 이루어졌다. 첫 수출 규모는 미화 1만 달러였으며, 이는 당시 ‘대한 뉴스’에 소개될 정도로 큰 뉴스였다. 현재 샘표는 미국, 독일, 네덜란드 등 80여 개국에 간장과 고추장, 그리고 다양한 전통 장류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샘표의 성장은 단순히 제품 개발에 그치지 않고 마케팅과 유통의 혁신에도 기인한다. 1958년에 충무로 공장 옥상에 설치된 대형 네온사인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고, 1961년 업계 최초로 CM송을 선보여 광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1966년에는 ‘진하고 구수한 맛의 간장’이라는 의미를 담아 출시한 ‘샘표 진간장’이 보통명사처럼 사용될 만큼 브랜드의 위상이 높아졌다.
1980년대에는 식품업계 최초로 페트 용기를 도입하여 간장의 유통과 소비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등 샘표는 항상 새로운 시도를 통해 시장의 흐름을 선도해왔다. 또한 샘표는 1955년 업계 최초로 장류 전문 연구실을 개설하고, 2013년에는 아시아에서 유일한 식물성 발효 전문 연구소를 설립하여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로써 샘표는 3천여 종의 미생물과 90여 개의 관련 특허를 보유하며, 한국 전통 장의 맛을 유지하면서도 세계 시장에 적합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샘표는 2010년부터 ‘글로벌 장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유럽의 요리과학연구소와 협력하여 한국 장을 활용한 요리법을 개발하고, 그 가능성을 입증하였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샘표는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등 유럽 주요 국가의 유통망에 입점하였으며, 오는 10월에는 이탈리아의 유통망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샘표는 창립 80주년을 맞아 국내에서 32년 만에 양조간장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제품 ‘양조간장 801’은 1989년과 1994년에 출시된 ‘양조간장 501’과 ‘양조간장 701’에 이어 선보이는 것으로, 80년 동안 축적된 발효 기술을 적용하였다고 한다. 이는 샘표의 오랜 역사를 상징하는 제품으로, K푸드의 열풍이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해방 직후부터 이어진 연구와 생산, 유통과 수출의 축적 위에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샘표의 80년 역사는 단순히 기업의 성장뿐만 아니라, 한국 전통 장의 세계화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앞으로도 샘표는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혁신적인 경영으로 K푸드를 더욱 널리 알리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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