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의 현대백화점 미아점 6층에서 열린 ‘로컬상회 시식 행사’는 단순한 먹거리 체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곳에서 고객들은 ‘수유리두부’를 시식하며 그 맛과 품질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들은 ‘맛있다’, ‘고소하다’는 평가를 남기며 다시금 수유리두부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고, 그 결과 백화점 측은 식품관에 납품할 가능성을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강북지역자활센터의 두부 사업이 다시금 조명을 받는 계기가 됐다.
‘자활’이라는 개념은 단순한 공공 일자리를 넘어, 실직이나 사업 실패, 건강 문제 등으로 인해 삶의 기반이 흔들린 이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이다. 자활사업 참여자들은 대개 여러 번의 실패를 경험한 이들로, 자활센터는 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자활 현장은 늘 쉽지 않다. 의지와 열정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현실이 존재하고, 서울강북지역자활센터 역시 이러한 도전의 연속이었다.
강북지역자활센터는 이미 과거에 두부 사업을 시도했던 경험이 있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운영했던 ‘알콩달콩’ 사업은 즉석두부 가게를 중심으로 한 개인 창업 모델로, 여러 사업 참여자들에게 자립을 지원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 모델은 취약점이 많았다. 개인이 포기하거나 사업 방향을 바꾸면 그동안 쌓아온 기반이 무너졌고,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도 제한적이어서 사업은 결국 실패로 귀결됐다.
이러한 경험 이후, 강북지역자활센터는 새로운 두부 사업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기존의 실패를 분석한 결과, 개인 창업이 아닌 사업단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2024년 4월, 수유리두부 사업단이 출범하며 본격적으로 두부 제조에 나섰다. 이번 사업은 즉석두부가 아닌 포장두부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조직 내에서 생산, 영업, 배송, 행정 등의 전반적인 기능을 통합하여 효율적인 운영을 도모하였다.
그러나 새로운 출발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사업 참여자들 중 누구도 식품 제조에 대한 경험이 없었고, 도전이 시작된 초반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제두부 전문 제조업체의 대표인 유동희가 등장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는 퇴직자들이 다시 일할 수 있도록 돕고자 수유리두부의 교육을 맡게 되었고, 열정을 가지고 참여자들에게 기술을 전수하며 함께 발전의 길을 모색했다. 이경주 센터장은 “기술과 장비, 노하우가 현장으로 들어오면서 참여자들은 ‘상품으로서의 두부’를 처음 체감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수유리두부는 현재 12명으로 시작해 14명으로 늘어났고, 하루 최대 500모의 두부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냉장창고와 냉장탑차를 마련하고, 최근에는 냉장고가 설치된 전통카트도 운영을 시작하여, 시장을 염두에 둔 본격적인 식품 제조업체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농산물 유통 조직인 ‘우리농’과 협력하여 국산 콩을 재료로 사용함으로써 도농상생의 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가격 경쟁력 또한 갖추고 있다. 수유리두부는 품질 대비 2천원대의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었다. 그러나 판로 개척은 또 다른 도전 과제가 남아있었다. 영업팀이 강북구 내 소규모 마트를 직접 돌며 현재 40곳에 납품하고 있지만, 기존 납품업체들의 견제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백화점의 시식 행사는 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경주 센터장은 “백화점 납품 검토 단계까지 온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상황”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수유리두부의 재도전은 실패를 분석하고 구조를 바꿔 다시 도전하는 과정에서 자활 참여자들의 재기와 닮은 모습이다. 이는 자활이 단순한 보호가 아닌 재도전의 기회를 만드는 제도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수유리두부의 이야기는 완성된 성공담이 아닌, 실패를 전제로 한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이며, 이는 다른 지역 자활 현장에도 재도전의 가능성과 가치를 조용히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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