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사건에서 기각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SM과 고려아연 사건은 신주발행이 경영권 분쟁에서 어떤 복잡한 양상을 띠는지를 잘 보여준다. 신주발행은 단순한 자금조달의 수단이 아니라, 의결권 구조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법원에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이 인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경제개혁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5년까지의 데이터에 기반해 신주발행 관련 분쟁 105건 중 가처분이 인용된 비율은 29.49%에 불과하다. 이는 신주발행에 대한 법원의 신중한 접근을 보여준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이 까다로운 이유는 상법의 구조에 있다. 상법 제418조 제2항에서는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경우’에만 제3자배정을 허용하고, 제424조에서는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되거나 현저하게 불공정한 방법으로 주식을 발행할 경우에만 신주발행유지청구권을 인정한다. 이러한 법적 장치들은 신주발행이 단순한 자금조달로 끝나지 않고, 경영권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SM 사건에서는 법원이 신주발행의 목적이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SM이 카카오에 대해 대규모 신주를 발행하기로 결의한 뒤, 그 발행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면밀히 검토하였다. 법원은 당시 회사의 재무 상태가 양호하고 차입금이 없음을 감안하여, 이 발행이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긴급한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경영권 분쟁이 이미 현실화된 상황에서 카카오의 지분을 증가시키는 것이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중대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반면 고려아연 사건에서의 법원은 상반된 결론을 내렸다. 고려아연은 미국 합작회사 설립을 위한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었고, 이는 미국의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과 관련된 전략적 사업으로, 해당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하였다. 법원은 이러한 사업 목적이 단순히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고, 신주발행이 현 경영진의 지배권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사건은 경영상 필요성이 소명되었고, 대체수단에 대한 검토가 부족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법원의 판단이 달라졌다.
이 두 사건을 비교하면, 법원이 던지는 질문은 유사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재판부는 항상 현재의 재무 상태와 자금 수요, 사업의 구체성, 대체 수단의 존재 여부 등을 따진다. SM 사건에서의 경영진의 대답은 전략적 제휴의 필요성에 그쳤지만, 고려아연 사건에서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외부 파트너의 참여 구조가 제시되어 있었다. 이 차이가 결론에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상법의 구조를 살펴보면, 제3자배정은 주주배정을 원칙으로 하는 상법 체계에서 예외적인 상황으로, 이를 허용하기 위해서는 경영상 목적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해당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3자배정이 반드시 필요한지에 대한 심사가 필요하다. 이로 인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인용률이 낮은 이유는 불가피성이나 비례성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원은 신주가 단순한 자본 항목이 아니라 경영권 분쟁에서 중요한 의결권을 의미한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는다. 따라서 법원은 ‘왜 지금, 왜 이 방식, 왜 이 상대방, 왜 이 규모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충분한 답변을 요구한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법원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인용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사건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경영상 목적의 필요성과 불가피성을 명확히 입증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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