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수로기구(IHO) 총회에서 채택된 디지털 표준 S-130은 바다를 지명 대신 고유번호로 표기하는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 새로운 시스템은 해양 분야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특히 동해 표기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S-130의 채택은 모나코에서 열린 제4차 IHO 총회에서 이루어졌으며, 이는 2020년에 결정된 기존 해도 표준 S-23의 개정 작업 결과입니다.
S-130은 해역을 고유번호로 식별하는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해도 표준으로, 전자 항해 및 지리정보체계 활용에 적합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기존의 지명 대신 숫자로 구성된 식별 체계를 통해 각 해역은 주민등록번호처럼 관리되며, 이 번호는 해당 해역의 중심점 위도와 경도를 조합하여 부여됩니다. 이는 바다의 명칭이 아닌 숫자로 관리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의미하며, 해양 데이터 관리에 있어 혁신적인 변화를 예고합니다.
이번 S-130의 채택은 일본과의 해역 명칭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한반도 동쪽과 일본 서쪽 해역의 명칭에 대해 오랜 갈등을 이어왔습니다. 1929년 IHO가 S-23을 편찬할 당시, 일본이 ‘일본해’라는 명칭을 등록했지만, 당시 일제강점기였던 한국은 이 과정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양국은 해역 명칭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논의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었습니다.
S-130의 채택은 비록 일본해의 단독 표기를 동해 병기로 변경하지는 못했지만, 이제 앞으로 도입될 디지털 표준에서는 바다 명칭 자체가 사용되지 않게 된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닙니다. 이는 과거 S-23 체제에서 명칭을 둘러싼 갈등을 넘어, 데이터 구조와 표준 규칙을 통해 동해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하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전문가들은 S-130 채택이 동해와 일본해 명칭을 둘러싼 경쟁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이제는 특정 명칭이 데이터 구조 속에서 기본값으로 작동하며, 어떻게 노출되는지가 중요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박창건 국민대 교수는 “앞으로 동해가 지속적으로 노출되도록 설계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며, 외교적 설득뿐만 아니라 데이터 구조와 표준을 통해 동해의 표기를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그는 국제 표준 거버넌스 참여 역량을 강화하여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명칭 표기의 실제 영향력이 구글 지도, 해양정보 시스템 등에서 결정되므로,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력 또한 필수적입니다. 이와 함께 일본과의 저강도 경쟁 속에서 표준과 구조를 선점하는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도 언급되었습니다.
S-130의 채택은 단순한 표기 체계의 변화가 아니라, 해양 데이터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 동해 표기의 확산과 함께, 이러한 디지털 표준이 가져올 변화가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련기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6042191?sid=102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