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토큰 증권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법안의 통과와 제도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2023년 초,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토큰 증권의 발행과 유통 체계가 한층 더 체계화되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러한 변화는 장외 조각투자 유통 플랫폼의 예비인가와 금융당국의 협의체 발족 등으로 이어지며, 토큰 증권의 제도화가 실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의 혁신 금융 서비스 형태로 제한되어 있던 발행과 유통이 이제는 제도권 시장으로 편입됨에 따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토큰 증권의 발행은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2026년 4월 기준으로 누적 발행 규모는 약 1.3조에서 1.5조 원에 달하며, 최근 3년간의 연평균 성장률은 무려 50%에 이른다. 특히, 기초 자산의 범위가 비금전신탁 수익증권과 투자계약증권에 제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음악, 미술, 부동산, 한우, 항공기 엔진 등 다양한 자산으로의 확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토큰 증권이 온체인 기반에서 자산 유동화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토큰 증권 시장은 여전히 제도화 초기 단계에서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발행은 가능하지만,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발행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이 과도하게 소요된다. 대부분의 토큰 증권이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이나 투자계약증권 형태로 발행되는데, 공모 형태가 요구될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 및 공시 의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부동산이나 미술품과 같은 비정형 자산은 전통적 증권과 달리 표준화된 공시가 어렵기 때문에, 자산 평가와 수익배분 구조를 각 건별로 설계해야 하므로 발행 효율성이 저하된다.
둘째, 투자 한도 규제가 시장의 형성을 저해하고 있다. 예를 들어, 5억 원 규모의 조각투자 상품에 대해 개인 투자 한도가 200만 원으로 제한되면, 250명 이상의 투자자를 모집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사실상 공모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음을 의미하며, 수요와 공급을 반영한 유연한 발행이 어렵게 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라는 점은 부각되지만, 초기 시장에서는 오히려 거래 형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 유통 시장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미술품 조각 투자와 같이 수익이 간헐적이거나 장기적으로 실현되는 구조에서는 투자자가 단기간에 매도할 유인이 크지 않다. 보유 금액이 100만 원에서 200만 원 수준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가격도 형성되지 않아 자산은 사실상 비유동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유통이 막히면 발행도 결국 위축될 수밖에 없다.
넷째, 투자계약증권의 ‘보충성’ 규정 또한 시장 확장을 제약하는 요인 중 하나다. 투자계약증권은 다른 증권으로 발행이 어려운 경우에만 허용되지만, 이 기준이 불명확하여 법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신탁 수익증권 구조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상품 설계의 유연성을 제한하고, 결과적으로 비용과 시간이 증가하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우선, 발행, 투자, 유통 전 단계에서의 규제 재설계가 필요하다. 발행 단계에서는 비정형 자산에 적합한 공시 체계의 간소화 및 표준화가 필수적이다. 간이 증권신고서 도입, 소액 및 다품종 발행에 대한 공모 특례 확대, 반복 발행에 대한 패스트트랙을 통해 발행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효율성 문제를 넘어 다양한 자산이 시장에 유입될 수 있는 전제 조건이 될 것이다.
또한, 투자 규제는 획일적 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산의 위험도, 공시 수준, 유통 가능성에 따라 투자 한도를 차등 적용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한 투자자에게는 단계적인 완화가 필요하다. 투자 제한이 아닌 정보와 기준을 중심으로 한 보호 체계가 요구된다.
특히 유통 시장의 활성화가 중요하다. 유통 시장이 작동하지 않으면 발행 시장의 성장 또한 어려워진다. 장외 유통 플랫폼의 인가 기준을 명확히 하고, 복수 플랫폼 간 상품 연계 및 공동 유통을 허용하여 거래 풀을 확대해야 한다. 여기에 시장조성 기능 도입 및 발행 시 일정 물량의 유통 확보 의무화 등을 통해 초기 유동성을 확보할 필요도 있다.
마지막으로, 투자계약증권의 보충성 규정은 사전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어떤 경우에 투자계약증권으로 인정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제시와 요건 충족 시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절차 마련이 필요하다. 보충성은 유지하되, 해석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접근법이다.
토큰 증권 제도화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지난 3~4년간의 실험 단계를 지나 본격적인 시장 구축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핵심이다. 발행 중심이 아닌 유통까지 작동하는 시장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관 협력을 기반으로 한 친시장적 규제를 설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토큰 증권 제도의 성공적인 구축을 기대할 수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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