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법의 정체와 산업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전환점

최근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의 발전에 대한 불확실성이 한층 심화되고 있다. 디지털자산법 제정이 1년 이상 지연되면서 기업들은 기본적인 사업 계획조차 세우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블록체인 및 가상화폐 관련 기업들은 행정 지도와 포지티브 규제라는 낡은 틀에 얽매여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기업 대표 A 씨는 ‘되는 것과 안 되는 것만이라도 알려줬으면 좋겠다’며 디지털자산법의 제정 지연이 모든 블록체인 업체에게 희망고문처럼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경제신문의 긴급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32개 기업 중 78.1%가 디지털자산법의 입법 지연이 사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현재 시행 중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투자자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업계는 발행과 유통, 사업자 인허가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산업법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블록체인 인프라 기술 기업의 대표 B 씨는 스테이블코인 송금 인프라 구축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으나, 법적 지위와 규제가 불분명해 해외 파트너와의 협력 관계 구축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은 사업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으며, 해외 자회사를 통한 사업 추진을 검토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또한, 스타트업들은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가운데서도 규제의 불확실성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금지되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력 채용과 기술 개발에 투자했다가 정책 방향이 변경되면 사업 모델을 전면 수정해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토큰증권(STO) 사업자들이 있다. 이들은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시장을 개척해왔으나, 제도화 과정에서 과도한 인가 기준에 부딪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조각투자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 중 일부는 폐업에 이르렀고, 나머지 기업들은 본 서비스 시작을 미루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처해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의 부재는 낡은 규제 체계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 가상화폐공개(ICO) 금지, 법인의 가상화폐 시장 참여 제한 등의 행정지도와 포지티브 규제가 산업의 기준으로 작용하면서 혁신을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블록체인 기업 대표 D 씨는 ‘2026년 한국 경제 현실과 맞지 않는 낡은 규제 체계 아래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가져올 변화에 전혀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과도한 개입은 오히려 산업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으며, 규제 철학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프라 업체 관계자 E 씨 또한 ‘법적 근거 없이 그림자 규제로 산업을 억눌러 국내 생태계가 크게 위축됐다’며 제대로 된 입법과 함께 산업 통제 방식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규제의 불확실성은 해외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미국, 홍콩, 일본, 싱가포르 등 주요국들은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관련 제도를 정비하며 글로벌 기업 유치 경쟁에 나섰지만, 한국은 디지털자산법 논의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업계는 제도적 뒷받침이 이루어진다면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의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창선 오픈에셋 부사장은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의 경쟁력은 은행, 핀테크, 빅테크, 거래소가 함께 성장하는 개방형 생태계를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하며, ‘이제는 규제와 혁신을 대립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실사용 중심의 제도와 시장을 함께 설계하는 민관 협력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기업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제도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디지털자산 산업의 성장을 위한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하다.

[관련기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1/0004636254?sid=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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