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서울경제진흥원 대표는 지난 7월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된 엑스포를 다녀온 후, 국제적인 박람회의 필요성과 그 방향성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오사카 엑스포는 ‘우리 삶을 위한 미래 사회 디자인’이라는 주제를 내세우며, 158개국이 참여하여 다양한 하위 주제를 통해 각국의 기술과 문화를 선보였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낀 바는 기대와는 사뭇 다르게 실망감이 컸다. 많은 관람객들이 감동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것이다. 이는 오사카 엑스포가 과거의 만국박람회라는 구시대적 비즈니스 모델에 머물러 있다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선진국 중심의 몇몇 국가관은 건축적으로나 미학적으로 뛰어난 디자인을 자랑했지만, 내부 콘텐츠는 비슷한 방식으로 제작된 영상들로 가득 차 있었다. LED 모니터를 통해 보여지는 영상은 각국이 자국의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지만,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거나 소통할 수 있는 요소가 결여되어 있었다. 이로 인해 관람객은 단순히 긴 줄을 서서 짧은 영상을 보는 데 그쳤고, 이는 박람회가 추구해야 할 창의성과 혁신의 부재를 드러냈다.
특히 주제와 무관한 국가 홍보 영상이 많아 실망감을 더했고, 일부 국가관은 개장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관과 미국관은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한국관은 데이터와 인공지능, 해양 환경을 결합하여 관람객이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미국관은 우주, 기술, 교육, 문화, 창업을 아우르는 주제로 높은 영상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가관이 공동관에 부스를 마련하고 자국의 특산품과 관광 정보를 전시하는 데 그친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다.
이틀 동안 현장을 둘러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외국인 관람객의 수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 전역에서 온 단체 관광객과 가족 방문객이 대부분을 차지한 반면, 외국인 비율은 10%를 넘지 않는 수준이었다. 박람회가 전 세계의 ‘만남의 장’이라는 슬로건과는 달리 실제로는 국내 관광객 중심의 행사로 변모한 모습이었다.
19세기 중반 런던에서 시작된 박람회는 각국의 기술과 문화를 소개하고 국가적 자긍심을 고취하는 장으로 기능해왔다. 그러나 현재의 정보 비대칭성이 줄어든 시대에서, 고비용으로 국가관을 건설하고 몇 개월간 전시를 운영하는 모델이 과연 효율적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제는 관람객의 참여와 체험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의 혁신이 절실하다.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과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현장에서 경험할 수 없는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 또한, 주제 선정에서도 기후 변화, 에너지 전환, 인공지능 윤리와 같은 구체적이고 시급한 과제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박람회가 끝난 후의 활용 계획을 제시해야 지속 가능한 행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용된 건축 자재와 기술을 재활용하거나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모델을 통해 엑스포의 진정한 의미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오사카 엑스포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의 박람회는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혁신적이고 실질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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