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계획 수립은 매년 반복되는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이다. 많은 기업들이 이 과정에서 환경분석을 최우선으로 두고, 시장, 고객, 경쟁사, 자사 등 다양한 외부 환경을 분석하여 전략 과제를 도출하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최근의 경영 전략에서는 이러한 접근법이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전략 과제를 추진할 때 가장 먼저 명확히 해야 할 것은 바로 ‘목적’이라는 사실이다. 목적이 분명하지 않으면, 환경분석에서 도출한 전략 과제가 효과적으로 실행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조직이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제일 먼저 명확히 해야 할 것은 그 조직의 존재 이유다. 모든 조직은 설립된 이유가 있으며, 이 존재 이유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과제를 설정하고 실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구글은 ‘세상의 모든 정보를 조직화하여 누구나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를 먼저 고민해야 하며, 그 결과 고객이 실제로 어떤 가치를 얻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각 조직은 고객을 정의하고, 그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조직의 존재 이유를 실현하기 위해 도달해야 할 목적지도 설정해야 한다. 이는 흔히 비전이라고 불리며, 3년 또는 5년 후에 이루고 싶은 조직의 모습을 그려보는 과정이다. 비전은 사업 관점에서의 방향성과 더불어, 구성원 관점에서 만들어 가고 싶은 조직의 모습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사업 관점과 구성원 관점의 비전이 연결되면, 구성원들의 동기 부여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이제 조직의 존재 이유와 비전을 명확히 정립한 후, 조직이 해야 할 일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이때 많이 활용되는 도구가 균형성과표(Balanced Scorecard)다. 모든 기업의 활동은 결국 재무적 결과로 이어지지만, 이는 고객의 행동에 의해 결정된다.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야만 그들이 돈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의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과정은 구성원의 학습과 성장이 뒤따라야 가능하다. 조직의 해야 할 일을 재무, 고객, 프로세스(일하는 방식), 학습과 성장의 네 가지 관점에서 균형 있게 설정할 수 있다.
각 조직은 고유한 상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균형 잡기 과정에서도 특색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생산 조직은 생산량, 품질, 원가, 환경안전 등을 중시할 수 있으며, 법무나 환경안전 조직은 예방과 대응에 중점을 두어야 할 수 있다. 지원 조직은 전사의 방향성을 만들기 위해 현업 조직을 이끌고 돕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전사적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일에서 성과와 새로운 일을 통한 성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렇게 각 조직의 특성에 맞게 해야 할 일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조직의 존재 이유와 비전, 해야 할 일의 균형이 잡혔다면, 본격적으로 전략 과제를 찾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시장, 고객, 경쟁사, 자사 등의 환경을 분석하여 기회와 위협,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는 것이 기본이다. 외부 환경에서 기회가 있고 자사의 강점이 있다면, 이를 신속히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 단기 과제가 된다. 반면, 기회가 있지만 약점이 있다면, 해당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외부의 위협 요소가 존재하지만 강점이 있는 경우에는 강점을 기반으로 위협을 극복할 전략 과제를 찾아야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기회, 위협, 강점, 약점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전략 과제를 도출해야 한다.
하지만 전략 과제가 너무 많아지면, 기대하는 성과를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인텔의 전 CEO 앤디 그로브는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인텔의 모든 구성원은 많은 시간 열심히 일하지만, 그에 비례하여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차라리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더 낫다”라고 언급했다. 이는 인텔의 새로운 성과 관리 방식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수적이다. 목표를 줄이고 모두가 한 방향으로 집중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전략 과제가 달성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정량적인 지표가 필요하다. 이를 흔히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라고 부르며, 수시로 측정할 수 있어야 과제가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인텔에서 수행한 성과 관리 방식이 국내에서는 OKR(Objective & Key Results)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다. 구글은 이 방식을 잘 활용하여, 자신의 존재 이유인 ‘세상의 모든 정보를 조직화하여 누구나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최고의 웹브라우저를 만들기로 했다. 이 목표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사용자 수’라는 단일 지표로 정리했다. 이러한 선택과 집중은 조직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적 접근법이다.
마지막으로, 조직의 존재 이유를 실현하고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세부 실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략 과제의 정량화된 지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 계획을 구성원과 함께 마련해야 한다. 이 실행 계획은 환경 변화에 따라 수시로 바뀔 수 있으며, 구성원들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반영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전략 과제와 세부 실행 계획의 오너를 명확히 정하는 것이다. 여러 구성원이 함께 과제를 수행할 때는 책임 소재가 분명하지 않아 실행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각 과제의 오너를 지정하고, 리더가 직접 과제의 오너가 되는 것이 효과적이다.
결국, 사업계획 수립은 환경분석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목적 설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왜 이 과제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기업의 성공적인 미래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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