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성장 극복을 위해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출범을 알렸지만, 금융시장에서의 반응은 예상과 달리 차가운 모습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펀드의 출범을 앞두고 ‘새로운 길’을 강조했으나, 시장은 과거의 실패 사례와 중복 투자 가능성 등으로 인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국민성장펀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정부 주도의 관치금융 펀드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이는 5년 전 문재인 정부 하에서 시행된 한국판 뉴딜펀드의 실패 사례가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당시 뉴딜펀드는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홍보되었으나, 평균 2.14%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큰 실망을 안겼다. 이 수익률은 정부 재정이 손실을 먼저 부담한 기준으로, 실제 펀드 수익률은 더욱 저조한 0.75%에 그쳤다. 이는 펀드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뉴딜펀드가 관치펀드와 포퓰리즘 비판 속에서 민간 자본 유입 부진과 저조한 수익률을 남겼다고 지적하며, 이번 국민성장펀드도 실패를 반복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정부의 정책 의지보다는 펀드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특히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번 펀드가 기존 정책펀드와의 중복 투자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AI 분야의 ‘인공지능 혁신펀드’, 바이오 분야의 ‘케이·바이오·백신펀드’ 등과 투자 대상이 겹쳐 민간 출자 수요가 분산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책펀드 운용의 비효율이 심화되고, 각 분야의 투자 성과 점검이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정책펀드가 민간 벤처캐피탈 시장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도 우려되고 있다. 은행들이 제한된 위험가중자산(RWA) 예산을 국민성장펀드 출자에 소진하게 되면, 기존 중소형 민간 벤처캐피탈 펀드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의 실패 사례도 주목받고 있다. 국민성장펀드의 근거로 언급되는 일본의 산업혁신기구(INCJ)는 과거 여러 실패를 겪었으며, 이와 유사한 길을 걷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INCJ가 주도한 엘피다 반도체는 2012년 파산했으며, 재팬디스플레이는 2023년 3월 파산을 신청했다. 정부의 지원이 시장의 경쟁력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점은 경계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다.
국민성장펀드가 주목하는 산업이 INCJ가 실패했던 산업과 유사하다는 점은 시장의 우려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권의 관계자들은 국민성장펀드에 대한 시장의 냉담한 반응을 비이성적인 것이 아니라 과거의 실패와 구조적 현실, 해외의 교훈에 기반한 합리적 의심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현실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관련기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93/0000075169?sid=101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