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서 배우는 혁신의 길

영국의 발명가 제임스 다이슨은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무려 5126번의 실패를 겪었다. 그의 여정은 단순한 발명의 실패를 넘어, 혁신과 도전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다이슨은 5년 간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으며 주변의 조롱과 비난을 감내했고, 마침내 5127번째 시도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그의 청소기는 연간 6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러한 사례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의 ‘지능적 실패’ 개념과 깊은 연관이 있다.

에드먼슨 교수는 저서 ‘Right Kind of Wrong’에서 실패를 세 가지로 구분한다. 첫 번째는 예방 가능한 ‘기본적 실패’이며, 두 번째는 여러 원인이 얽힌 ‘복잡한 실패’, 세 번째는 새로운 영역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지능적 실패’이다. 이러한 분류는 기업과 개인이 실패를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1968년 3M의 연구원 스펜서 실버는 강력한 항공기용 접착제를 만들다가 실수로 약한 접착제를 만들었으나, 3M은 그를 질책하지 않았다. 6년 후 아서 프라이가 이를 활용해 포스트잇을 개발하면서 3M은 실패를 통해 혁신을 이끌어내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반면,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조직 문화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2003년 NASA의 컬럼비아호 참사와 1997년 보잉 737맥스 항공기 추락 사건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비난을 회피하려는 문화에서 비롯된 재앙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실패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혁신과 재앙이 갈리는지를 잘 보여준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창업에 실패한 경험이 오히려 자산으로 여겨지며, 투자자들은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도전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노벨상 수상 과학자와 기술 혁신가들이 일반인보다 실패를 더 자주 경험한다는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한국 경제는 다양한 분야에서 놀라운 혁신을 보여주고 있으며, K콘텐츠는 넷플릭스를 석권하고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혁신의 원동력은 빠르게 시도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한국의 독창적인 DNA에 있다. 그러나 실패 경험을 자산으로 인정하는 기업 문화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혁신의 속도는 빠르지만 실패를 학습으로 전환하는 시스템은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실패 후 재창업률은 선진국보다 낮고, 재도전을 지원하는 정부의 정책도 미흡한 상황이다. 에드먼슨 교수가 강조하듯이, 실패 가능성에 대한 ‘심리적 안전성’이 부족하면 사람들은 도전을 회피하게 된다.

한국이 다음 도약을 하려면 실패 경험을 자산으로 활용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실패한 기업가들이 경험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의료기관의 오류 보고 시스템이 사고를 줄였듯이, 실패 데이터베이스가 후배 창업가들에게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실패 이력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축적된 인사이트를 평가해야 하고, 대기업들은 실패한 스타트업 출신 인재를 적극적으로 채용해 그들의 실전 경험을 조직 혁신의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실패할 자유와 권리’를 제공해야 하며, ‘실패를 용인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다이슨의 5126번의 실패가 기적을 만들어냈듯이, 한국 경제의 빠른 실행력에 실패를 자산으로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 더해지면 새로운 혁신의 경로가 열릴 것이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비관이 아니라, 이미 가진 강점을 기반으로 지능적 실패를 환영하는 안전망을 구축하는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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