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생태계는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한 성장을 이루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업스테이지의 대규모 언어 모델 개발, 슈퍼브에이아이의 국제화 플랫폼 구축, 마키나락스의 제조업 딥러닝 적용 등은 이러한 변화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와 관련하여 가천대학교의 전성민 교수는 한국경제신문과 함께 국내 AI 스타트업의 현주소와 향후 발전 방향에 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시했다.
교수는 한국 AI 스타트업들이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BM)을 개발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새로운 사업 방식은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시장에서 수요가 있는 분야에서 비롯돼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업스테이지와 마키나락스는 각각의 분야에서 고난도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며, 한국의 기술력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망을 구축하며 세계 최초의 독자적인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을 탄생시켰다. 당시 PC방 문화와 독자적인 포털 서비스, 온라인 게임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뛰어난 기술 인프라와 규제 당국의 낮은 개입이 결합된 결과였다. 이는 AI 시대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원칙이라고 교수는 주장한다. 한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술 규제보다는 비즈니스 모델 규제 완화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현재 많은 AI 스타트업들은 데이터 활용과 산업별 규제 때문에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규제는 혁신의 속도를 저해하고, 시장 선점의 기회를 상실하게 만든다. 특히, AI 모델의 고도화를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임상 데이터가 필요한데, 개인정보보호법과 의료법의 엄격한 규제로 인해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이 극도로 제한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 AI 스타트업이 글로벌 리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의 결합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정책 입안자들은 ‘선 허용, 후 보완’의 원칙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 즉, AI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는 현행 법규의 저촉 여부를 떠나 우선적으로 시장 검증을 허용하고, 사회적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에만 규제를 정비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또한, AI 비즈니스 모델 전용 샌드박스의 운영이 필요하다. 기존의 규제 샌드박스를 넘어, 데이터 활용과 산업 융합 비즈니스 모델에 특화된 트랙을 신설하여 업스테이지와 마키나락스와 같은 산업 특화 AI 스타트업들이 규제 리스크 없이 사업 모델을 검증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은 한국 AI 스타트업이 혁신의 브레이크가 아니라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 개척의 가속 페달이 되도록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1990년대 인터넷 시대에 한국에서 세계 최초의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했듯이, AI 시대에도 자유로운 실험 환경을 통해 AI 기반의 글로벌 표준 비즈니스 모델이 한국에서 출현할 수 있도록 정책적 로드맵을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의 AI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혜로운 정책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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