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한국의 중소기업과 중견기업들이 해외에서 상표 도용의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의 정동만 의원이 지식재산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우리 기업의 상표가 무단으로 해외에서 선점된 사례가 2만1210건에 달한다고 한다. 이 중 중소기업의 피해가 9412건으로 전체의 44%를 차지하며, 중견기업의 피해도 2475건에 달해, 전체 피해의 56%가 중소·중견기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전기·전자 분야에서 3847건, 프랜차이즈 분야에서 3664건, 화장품 3181건, 의류 2866건, 식품 1303건 등으로, 소비재 분야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피해를 발생시킨 국가를 살펴보면 중국이 5520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도 각각 4959건, 2930건으로 뒤를 잇고 있다. 이들 세 나라에서 발생한 피해가 전체의 약 63%에 달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한방 스킨케어 브랜드인 ‘조선미녀’는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이 유사한 상표를 먼저 등록하면서 법적 분쟁에 휘말리게 되었다. 삼양식품의 유명한 ‘불닭볶음면’ 또한 중국에서 유사한 제품의 대량 유통으로 법적 대응을 해야 했다. ‘설빙’ 브랜드 역시 중국에서 상표를 선점당하면서 초기 매장 개설과 프랜차이즈 확장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지식재산처는 이러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2011년부터 ‘K브랜드 분쟁대응 전략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해외에서의 상표 분쟁 관련 비용, 법률 자문, 소송 대응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최근 3년간 약 94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었다. 2021년 이후로는 230건의 분쟁을 지원해 약 75%가 우리 기업에 유리하게 종결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무단 선점 사례가 2만 건을 넘은 현실을 고려할 때, 실제 대응으로 이어진 비율은 전체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동만 의원은 지식재산처의 분쟁지원사업이 일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전체 피해에 비해 실질적인 보호 비율은 미미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수천 개의 기업이 상표를 빼앗긴 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지적하며, 지식재산처가 단순히 피해 통계와 지원 건수 관리에 머물지 말고, 국가별 및 업종별 위험 분석을 통해 조기 탐지 및 맞춤형 보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산을 투입한 만큼 그 효과가 피해 감소와 재발 방지로 이어졌는지 명확히 공개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상표 도용 문제는 단순한 법적 분쟁이 아닌, 우리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사안이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이 함께 협력하여 보다 강력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에 있다. K브랜드가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은 이제 우리 모두의 책임이 아닐까.
[관련기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1/0004543274?sid=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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