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벤처 투자액은 연간 90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독일의 72억 달러, 이스라엘의 83억 달러, 일본의 51억 달러를 초과하는 수치로, 한국의 벤처 생태계가 눈부신 성장을 이뤄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급속한 발전의 배경에는 정부의 지속적인 벤처 지원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모태펀드’와 같은 정부 주도의 펀드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벤처 기업들에게 물을 주는 마중물 역할을 해왔고, TIPS와 같은 기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 다양한 무상 교육 및 사무 공간 제공 등은 한국을 세계적 수준의 초기 창업 환경으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은 질적인 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현재 한국에는 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유니콘’ 기업이 14개에 불과하다. 미국, 중국은 물론 인도와 영국도 각각 50개 이상의 유니콘을 보유하고 있으며, 독일, 프랑스, 이스라엘 또한 30개 안팎의 유니콘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벤처 생태계는 초기 창업 지원에서는 성공적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에는 구조적 한계가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스타트업은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으면 ‘엑시트’ 즉, 투자금 회수라는 압박을 받는다.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찾고 있는 스타트업이 진정한 성장의 기회를 잡으려 할 때, 이미 5~7년 차에 접어든 기업으로 성장해버린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글로벌 시장 진출의 최적기에 성장판이 닫히는 비극이 발생한다. 투자자들의 압박은 상대적으로 작은 국내 시장에 안주하게 만들고, 빠른 상장이 가능한 코스닥으로의 눈을 돌리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는 2024년 한국의 기업공개(IPO) 건수와 미국의 건수가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규모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난다. 한국의 IPO 시장 총공모액은 30억 달러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22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평균 IPO 규모에서도 차이가 나며, 한국은 3800만 달러에 그치는 반면 미국은 2억85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벤처 생태계가 빠르고 작은 성공에 머무르며 글로벌 거인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 해법은 명확하다.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이스라엘의 창업 생태계를 넘어설 기회가 한국 스타트업에게 다가오고 있다. 특히 K컬처가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아이스브레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화장품 수출은 17억 달러로 프랑스의 12억6000만 달러를 제치고 1위에 올랐고, 넷플릭스에서 한국 콘텐츠는 전체 시청 시간의 8%를 차지하며 굳건한 2위 콘텐츠 공급국으로 자리 잡았다.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뉴욕 브루클린 네이비 야드에서 개최되는 ‘꿈(KOOM) 페스티벌’은 이러한 K컬처의 힘을 알리는 중요한 행사다. 이 페스티벌은 한국의 다양한 매력을 세계에 알리며, 50명 이상의 한국인 연사, 100개 이상의 기업 부스, 14개의 프리미엄 식음료 브랜드, 그리고 15팀의 K팝 아티스트가 함께 참여하여 한국 문화의 매력을 입체적으로 선보인다. 이는 단순한 제품 전시와 공연을 넘어, 한국 문화에 매료된 세계인들과의 진정한 소통의 장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AI가 열어젖힌 경험 경제 시대에 서 있다. AI는 정보와 콘텐츠의 무한 풍요를 약속하지만, 동시에 ‘진정성’의 결핍을 초래할 수 있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제 경제의 무게중심은 유형의 상품에서 무형의 서비스, 더 나아가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다. 인류는 더 이상 효율적인 노동을 위해 모이지 않지만, 잊지 못할 경험을 위해서는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한국의 창의적인 스타트업이 K컬처라는 날개를 달고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다면, 내수용 성공이라는 한계를 넘어 진정한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 창업 모델의 핵심인 ‘글로벌 분업’을 벤치마킹할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 오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문화와 창의성이 결합되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결국, K 스타트업이 이스라엘을 넘어설 수 있는 기회는 지금 이 순간에 놓여 있다. 꿈 페스티벌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잘 닦아온 창업 환경이라는 마중물을 더 큰 바다로 흘려보내야 한다. 한국의 창업가들이 K컬처의 힘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진정한 성공을 이루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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