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벤처기업 생태계의 심각한 위기가 보고되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에서 인정받은 벤처기업 중 무려 299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로, 하루 평균 0.8개의 벤처기업이 사라진 셈이다. 이와 동시에 신규 벤처기업의 수는 감소하고 있어, 국내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의 혁신이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출받은 ‘벤처확인기업 말소, 취소 월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확인 취소 처분을 받은 기업 수는 299곳에 달하며, 이는 2022년 48건, 2023년 242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도 8월까지 198곳이 휴업, 폐업, 또는 파산으로 취소 처분을 받았다. 중기부 관계자는 2021년 민간 주도 확인 제도로 법이 개편된 이후 역대 최다 수치를 기록했다고 언급했다.
벤처확인기업은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하여 기술 혁신성과 사업 성장성을 인정받은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은 소득세 및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이러한 기업들조차 폐업이나 파산에 직면하고 있는 현실은, 금융 부담과 장기 불황이 혁신 창업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친환경 발수 가공 소재를 생산하는 섬유테크 스타트업 티에프제이(TFJ)는 2022년 11월 벤처확인기업으로 선정되어 한국벤처투자 등으로부터 22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지만, 이후 경영난에 시달리다 지난해 11월 파산하게 되었다. 현재 벤처확인기업은 총 3만8216개에 달하지만, 이 중에서도 파산한 기업이나 파산 위기에 처한 유명 스타트업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스타트업 전문 법무법인 미션의 김성훈 대표변호사는 최근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벤처캐피탈(VC)의 자본 조달이 어려워졌고, 이로 인해 ‘스타트업·벤처 대폐업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2020년 이후 저금리 상황에서 초기 투자를 받았던 기업들이 최근의 금융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가운데, 신규 등록 벤처확인기업 수는 2021년 5910곳에서 지난해 4986곳으로 감소하는 등 생태계에 진입하려는 도전자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김학균 벤처캐피탈협회장은 금리가 불리한 상황에서 회수(상장 등)도 부진하다 보니 VC의 과감한 투자가 어려워져 전체 창업 생태계가 막히고, 초기 단계 혁신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위기 속에서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최근 재창업·재도전 활성화를 위한 정책 현장 투어에 참석해 창업가들을 보호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실패 경험을 자산화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정부가 폐업 및 재창업 지원 제도를 점검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회수 시장을 열어 생태계의 선순환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학균 회장은 장기적으로 코스닥을 한국거래소에서 분리하여 나스닥처럼 기술주 시장으로 변모시켜 회수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K-스타트업 생태계가 위기에 처한 지금, 창업자와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하여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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