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D의 대규모 인수 무산… 제약업계 M&A의 새로운 패러다임

미국 제약 회사 머크(MSD)가 항암 바이오기업 레볼루션 메디신스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중단했다. 이번 인수는 약 40조원에 달하는 거래로 검토되었으나, 양측이 기업가치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레볼루션 메디신스는 췌장암과 비소세포폐암을 겨냥한 경구용 pan-RAS 억제제 후보물질 RMC-6236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임상 3상이 진행 중인 유망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시가총액이 약 32조원에 이르자, 경영권 프리미엄이 추가될 경우 빅파마 측에서도 부담스러운 가격대를 형성하게 되어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MSD의 자금 부족 문제로 해석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글로벌 회계 및 컨설팅 그룹 EY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과학 분야 인수합병 규모는 24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81% 증가한 수치다. 이는 제약사들이 여전히 대규모 인수의 여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시장에서의 M&A 기준이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베인앤컴퍼니의 보고서는 제약사들의 인수 전략이 단순한 블록버스터 신약 확보에서 플랫폼 기술이나 제조 공정의 통제력 확보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경영진들은 이제 연구개발부터 생산, 유통에 이르는 가치 사슬의 어느 부분을 직접 소유해야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수직 계열화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며, 원료 확보부터 완제품 생산까지의 전 공정을 내재화하여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MSD와 레볼루션 메디신스 간의 협상 결렬 역시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레볼루션 메디신스가 보유한 유망한 후기 임상 파이프라인은 주목받고 있지만, MSD가 요구하는 플랫폼 확장성과 제조 공정의 통제력 측면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수십조 원을 투입하는 M&A의 경우 단일 신약 후보보다는 여러 파이프라인에 반복 적용할 수 있는 약물 전달 기술이나 자체 생산 플랫폼과 같은 기술이 핵심 판단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 속에서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M&A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빅파마를 겨냥한 맞춤형 접근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호아킨 두아토 존슨앤드존슨 회장은 JP모건헬스케어콘퍼런스에서 “단순히 임상 단계가 높은 약보다 자사 포트폴리오를 즉각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명확한 대체 논리가 있는 플랫폼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배샌트 내러시먼 노바티스 CEO는 “자사가 구축한 생태계에 완벽하게 맞출 수 있는 기술 조각, 이른바 ‘볼트온(Bolt-on)’ 자산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미래의 M&A에서 유연성과 적응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결국, MSD의 인수 무산은 빅파마 M&A의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음을 나타내며, 제약사들이 단순한 신약 확보를 넘어 보다 폭넓은 기술과 플랫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추어 나가야 할 시점에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의 제약 산업 전반에 걸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77/0005714629?sid=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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