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벤처기업협회가 30주년을 기념하며 열린 행사에서 벤처업계 전문가들은 한국 벤처산업의 미래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펼쳤다. 이들은 공동으로 한국 시장의 한계를 인식하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과거 성공을 이끌었던 내수 중심의 성장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앞으로의 벤처기업은 창업 초기부터 국제 시장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 벤처기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네이버, 카카오, 쿠팡, 토스와 같은 기업들이 있다. 이들 기업은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해왔지만, 전문가들은 미래 세대의 기업들이 더욱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를 겨냥한 혁신적인 기획과 기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모바일 게임 1세대 기업인 컴투스를 창립한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비즈니스 모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벤처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시장 설계 방향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창업 단계부터 국제 시장을 염두에 둔 설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 벤처가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박성진 포스텍 기계공학부 교수 또한 한국 벤처 생태계의 현실을 진단하며, 한국의 금융 및 내수 시장 규모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해외로 진출하지 않는 기업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 개발된 기술이 어떻게 상업화되고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지를 사회 전체가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송 회장은 정부의 지원이 줄어들고 규제가 많아지는 ‘계단식 규제 구조’가 벤처의 도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하며, 제도적 개혁을 촉구했다. 그는 ‘저성장, 인공지능 기술 패권 경쟁이라는 변화의 시기에 이러한 제도가 유지되기 어렵다’고 말하며, ‘성장할수록 더 많은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규제 철학이 변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벤처기업의 성장에 제약을 주는 투자금 회수 구조에 대한 문제도 다뤄졌다. 박 교수는 한국의 벤처 생태계가 여전히 기술특례 상장에 치우쳐 있으며, 인수합병(M&A) 중심의 투자금 회수 문화가 자리 잡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현실은 대기업과 벤처 간의 긴밀한 연결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번 기념식은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인터콘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개최되었으며, 한국 벤처 역사 30년을 돌아보고 향후 성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되었다. 송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혁신과 도전을 가로막고 있는 제도적 장벽과 기득권의 저항이 여전히 우리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위기에서 기회를 찾고 상상을 현실로 만들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와 같은 논의는 한국 벤처가 세계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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