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규제 샌드박스 개선 검토 영국과 싱가포르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

최근 금융위원회는 조각투자 플랫폼 루센트블록의 인가 논란을 계기로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개선 여부를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제도 재정비의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금융당국 또한 해외 사례를 참고하여 제도 개선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금융위는 현재 운영 중인 혁신금융사업자 제도, 즉 규제 샌드박스의 한계를 분석하고 그 개선 방향을 점검하기 위해 영국과 싱가포르를 포함한 주요국의 규제 실험 제도를 비교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는 전통적인 규제 체계로는 시도하기 어려운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일정 기간 규제 특례 아래에서 실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특히 초기 핀테크 기업과 스타트업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금융위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샌드박스를 졸업한 기업들의 ‘졸업 이후 경로’에 대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조각투자 장외 거래소 인가 논란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한성숙 장관은 “규제 샌드박스를 4년 정도 잘 수행했지만, 이를 ‘잘 졸업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러한 언급은 향후 샌드박스 제도의 재설계를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해외 주요국들은 국내와는 다른 방식을 통해 혁신 사업자의 성장을 유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과 싱가포르는 규제 샌드박스에 참여하는 사업자에게 초기부터 ‘스몰 라이선스’를 부여하되, 사업 규모와 고객 수에 대해 엄격한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시장 진입을 허용한다. 이들은 일정 기간 동안 사업자의 역량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검증한 후, 단계적으로 제한을 완화하며 자연스럽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영국의 이른바 ‘L-플레이트 법’처럼 초보 운전 면허 개념의 라이선스를 부여하여 사업의 성장을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의 규제 샌드박스는 제도 자체를 시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 법률과 제도가 없는 새로운 사업 모델에 대해 일정 기간 특례를 부여한 뒤, 시장성과 사업성이 확인되면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다시 인가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이다. 이 과정에서 혁신 사업자는 제도화 이후 별도의 인허가 심사를 다시 거쳐야 하며, 샌드박스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는 안정적인 사업 지속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많은 1세대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들이 제도화 문턱을 넘기기 전에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구조조정을 겪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는 제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후발주자나 대형 플랫폼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최근 루센트블록을 둘러싼 논란은 이러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루센트블록은 부동산 조각투자가 생소했던 시기에 시장을 개척한 초기 혁신 기업이었지만, 정작 정식 장외 거래소로의 승인은 후발주자 대형 플랫폼의 몫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해외 주요국들의 제도에 대해 더 깊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향후 방향성이 정해지면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러한 변화가 한국의 금융 혁신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관련기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3/0013728361?sid=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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