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개선 작업에 착수했지만, 기업의 영업비밀을 보호하는 장치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술특례상장은 기술력과 성장성이 뛰어난 기업이 재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코스닥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로, 이를 위해 전문평가기관의 기술성 평가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핵심 기술정보를 제공하면서도 비밀유지협약(NDA)을 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보호 장치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자본시장 업계에 따르면,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하는 일부 기업들은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기술성 평가를 받는 과정에서 NDA를 체결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기업이 평가기관에 기술자료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비밀유지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들은 거래소가 지정한 전문평가기관에서 기술성 평가를 받아야 상장 예비 심사를 신청할 수 있으므로, 평가기관에 정보 제공을 거부하기 어려운 ‘갑을’ 관계에 놓여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거의 모든 기술 자료를 공개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NDA 하나 체결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상장 일정과 평가 결과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기업들은 기술 정보 유출의 위험을 감수하고도 평가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평가위원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다 보니, 기업들은 그들에게 NDA를 요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기술 유출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평가위원의 요구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목적은 기술력 있는 기업들이 코스닥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있지만, 기술 유출의 위험은 기업의 경쟁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바이오, AI, 반도체 등 기술력이 기업가치의 중심인 분야에서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상장에 실패한 기업의 경우, 이미 제출한 기술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을 염려해야 하는 복잡한 구조에 놓여 있다. 이러한 이유로 기업들은 기술 정보 보호에 대한 법적 장치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거래소가 추진하는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편은 평가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만 진행되고 있어,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 문제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 거래소는 최근 ‘표준 기술평가모델 고도화 및 전문평가 운영체계 개편 설명회’를 개최하여 제도 개선 방향을 발표했지만, 기업과 전문평가기관 간 NDA 체결 의무화와 같은 구체적인 보호 조치는 마련되지 않았다. 이는 기업들이 평가 과정에서 부담하는 정보유출 위험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접근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 평가 과정에서 기업의 핵심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개별 평가기관의 내부 규정에 의존하기보다는 기업이 제공한 정보에 대한 보호 의무와 책임 범위를 제도적으로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거래소가 전문평가기관을 재평가할 때, 평가위원과 평가기관이 NDA를 별도로 제출했는지를 평가 항목으로 삼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기업의 기술 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개선이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와 함께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술력 있는 기업들이 안전하게 상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업의 경쟁력을 지키는 동시에 코스닥 시장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영업비밀 보호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관련기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77/0005833703?sid=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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