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은 최근 몇 년 동안 서울의 대표적인 크리에이터 타운으로 떠올랐다. 이 지역은 단순히 공장이나 대규모 산업단지의 집합체가 아닌, 오래된 건물과 좁은 골목이 융합된 독특한 생태계로 발전해왔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지리적 요인이나 정책적 결정의 결과가 아니다. 오히려 이곳의 소상공인과 크리에이터들이 자생적으로 만들어낸 산업 환경이 그 바탕이 되었다.
낡은 건물과 골목이 조화를 이루며 다양한 브랜드와 문화가 태어난 성수동은 지역 소멸 시대에 도시가 먼저라는 역설을 보여준다. 역설적으로, 혁신도시나 산업단지 조성이 아닌,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지역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점을 깨닫게 한다.
모종린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의 지역 정책은 60년간 산업 유치에 집중해왔지만, 그 결과는 지역 불균형의 심화였다. 수도권에 인구와 자원이 집중되면서, 지방의 소멸 위험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성수동의 발전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제인 제이콥스의 도시 이론에 따르면, 산업은 도시 환경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다. 성수동은 그 자체로 예술가와 창작자, 소상공인들이 모여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곳은 복합용도, 짧은 블록, 충분한 밀도, 그리고 오래된 건물이 어우러져 유동인구를 창출하며, 자연스럽게 창의적인 경제가 형성된다.
예를 들어, 성수동의 카페와 편집숍은 대림창고와 같은 문화 공간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이러한 공간은 사람들이 자주 오가며 우연한 만남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교류되는 곳이다. 이처럼 오래된 건물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들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공간을 제공하며,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
연희동, 이태원, 홍대 등 다른 서울의 골목상권도 비슷한 맥락에서 발전하고 있다. 특히 연희동은 저층 건물과 단독주택이 모여 카페와 독립서점이 자리 잡으며, 지역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 사례는 서울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전 성심당과 강릉 테라로사 등 지방에서도 이미 오래된 건물과 소규모 건축물이 지역 경제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고유의 자원을 활용해 브랜드를 형성하며, 지역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을 다른 지역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지역 고유의 자원을 활용한 로컬 브랜딩이 필요하다. 둘째, 창작자들이 모일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크리에이터와 커뮤니티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는 건축마을과 로컬 메이커스페이스가 있다. 건축마을은 오래된 건물이 모여 있는 지역에서 크리에이터를 유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로컬 메이커스페이스는 기존의 시설들을 활용하여 창작자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성수동과 같은 골목상권의 성공은 단순히 경제적 성장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창작자들이 서로 연결되고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역 소도시에서도 이러한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면, 청년들이 살고 싶어 할 동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일자리는 그 후에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제이콥스가 1961년에 경고했던 산업과 도시의 관계는 여전히 유효하다. 낙후된 지역이 아니라,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공간으로의 변화를 이루기 위해선 도시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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