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동안 한국의 벤처투자 시장은 역대급 호황을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신규 벤처투자액이 3조3189억원에 달하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1% 증가한 수치이다. 이러한 수치는 2022년의 벤처투자 호황기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로, 외형적으로는 모두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이다. 그러나 이러한 호황 속에서도 벤처 생태계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초기 창업기업들은 전혀 다른 현실을 경험하고 있다. 전체 벤처투자액이 증가하는 가운데, 업력 3년 이하의 기업에 대한 투자액은 오히려 9.5% 감소하여 6675억원에 그쳤다. 이는 전체 벤처투자에서 초기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14.7%로 떨어졌다는 사실과 연결된다. 2022년의 29.6%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든 수치이다.
이처럼 초기투자가 줄어든 주된 이유는 벤처캐피탈(VC)의 관리보수 구조에 있다. VC들은 펀드 결성 초기 1~2년 동안 약정총액 기준으로 약 2%의 관리보수를 받으며, 이후에는 실제 투자가 집행된 금액을 기준으로 보수를 받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 VC들은 자금을 신속하게 집행하지 못할 경우 관리보수가 줄어들어 하우스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따라서, VC들은 초기기업보다 매출이 검증된 후기기업에 자금을 투자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진다.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는 한 번에 적은 금액이 투자되지만, 후기기업은 대규모 자금이 동원되기 때문에 VC의 입장에서는 후자의 투자 효율성이 더 높게 평가된다. 초기기업에 대한 사업성 검증과 평가에는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VC들은 안정성과 신속성을 중시하게 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러한 초기투자 위축론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투자 규모에서 후기기업에 비중이 쏠렸지만, 3년 이하 피투자기업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투자 저변은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AI 및 딥테크 분야로의 대규모 자금 유입이 초기기업 비중 감소의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올해 모태펀드의 1차 정시 출자사업에서도 AI 및 딥테크 관련 프로젝트가 47%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금이 실제 기술기업에 흘러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업계에서는 ‘AI 워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기술 수준이 미미한 스타트업이 AI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며 자금을 유치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부의 거대언어모델(LLM) API를 활용하거나 기존 서비스에 단순한 챗봇 기능을 추가하는 수준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이 마치 독자적인 AI 기술을 보유한 것처럼 포장하여 자금을 유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심지어 일부 VC들은 펀드 결성과 후속 투자 유치를 위해 스타트업의 AI 포지셔닝을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는 초기 혁신기업이 받아야 할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할 자금이 ‘AI 간판’을 단 기업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정책자금의 보수적인 운용이다. 업계에서는 모태펀드가 국회 및 국정감사 리스크를 의식하여 실패 가능성이 낮은 투자처를 선호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숫자로도 확인되는데, 2020년 35.5%였던 모태펀드의 3년 이하 초기기업 투자 비중이 지난해 3분기에는 17.1%까지 하락했다. 이는 국정감사에서 실패 사례가 부각되는 것을 꺼리는 모태펀드의 입장과 연결된다. 초기투자는 실패 확률이 높기 때문에, VC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후기기업에 투자하는 경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 모태펀드 관계자들은 국정감사에서 수익률보다는 투자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이 더 빈번하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투자속도 압박은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결국,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는 그 특성상 검증과 발굴에 시간이 소요되지만 후기기업은 재무제표와 투자 이력을 바탕으로 보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는 VC들이 검증된 기업을 선호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모태펀드는 VC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기 어렵지만, 펀드 결성을 빠르게 하는 운용사에 가점을 주는 방식 등의 개선책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벤처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는 초기 창업기업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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