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혁신을 가로막는 낡은 법체계의 벽

최근 국내 핀테크 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규제 문제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2014년과 2015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성장을 이룩한 핀테크는 간편결제와 송금을 시작으로 다양한 금융 서비스로 영역을 넓혔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은 금융 규제가 전통 금융사 중심으로 설계된 탓에 핀테크 기업들이 맞지 않는 법적 틀 속에서 활동해야 했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제 핀테크 산업을 전제로 한 전문적인 법과 규제 체계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핀테크 기업의 수는 지난 10년간 수백 곳에 달하고 있으며, 이들은 단순히 간편결제와 송금 서비스에 국한되지 않고, 커머스 금융, 중소상공인 결제 인프라, 데이터 기반 금융 서비스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등은 전통 금융사들의 견제를 받으면서도 혁신적인 서비스를 개발해 왔다. 그러나 이들 중소형 핀테크 기업은 여전히 위험 요소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며,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의 김종현 회장은 핀테크 협회에 가입한 회원사 수가 400~500개에 달하지만, 네카토와 같은 대형 기업을 제외하고는 큰 성장을 이루지 못한 현실을 지적하며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마이데이터 사업의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보다 유연한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업계에서는 핀테크 산업을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법이 없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2007년부터 시행된 전자금융거래법은 오늘날의 플랫폼 및 핀테크 환경과는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10년이 넘도록 핀테크 관련 법이 하나도 없는 현실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강조하며, 현재의 규제 체계가 시대에 뒤떨어져 있음을 알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핀테크 기업들은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에 의존해 사업을 이어가는 구조가 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장기적인 투자와 혁신이 기대되지 않는 불확실한 환경이 계속되고 있다.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은 전자금융법의 개정 필요성을 언급하며, 마이데이터의 범위 확대와 망분리 규제 재검토를 제안했다. 기술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현재의 규제가 혁신을 과도하게 제약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금융산업이 여전히 전통 금융사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관련된 논란은 이 같은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금융당국의 논의가 은행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제한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핀테크 업계에서는 이러한 은행 중심의 접근 방식이 기존 금융 규제를 디지털 자산 영역으로 옮겨놓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핀테크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형태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있는데, 국내 시장에서의 제한적인 접근 방식은 혁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 핀테크 대표는 “중요한 것은 업권이 아니라 역량과 준수 능력”이라며, 동일한 기준 하에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주체라면 은행과 핀테크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핀테크 규제 문제가 특정 업계의 민원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문제라고 경고한다. 저출산과 고령화 속에서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현재의 구조가 더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도 핀테크 산업의 성장 저해 요인은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닌 법 체계의 한계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대륙법 체계에 기반한 한국의 법은 유연한 규제 대응이 어렵다는 점이 더욱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결국 혁신의 시대에 맞춰 변화하는 것은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법 체계 자체의 근본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의 구조로는 핀테크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핀테크 산업이 더 이상 뒷전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법적 틀을 재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관련기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43/0000091888?sid=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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