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배출권 거래 시장이 최근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2025년 9월에 공개될 4차 배출권거래제의 세부 설계는 그동안 비판받아온 K-ETS(한국 배출권거래제)를 새로운 투자 시장으로 변모시킬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제 ‘이번엔 정말 다르다’라는 기대감 속에서 이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4차 배출권거래제는 국제적인 환경 변화와 맞물려 진행되고 있으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와의 연계 속에서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35) 수립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각국의 경제적 여건 속에서 더 강력한 감축 목표를 설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전진 원칙이 여전히 지켜지고 있다. 한국의 4차 배출권거래제 역시 이러한 원칙을 반영하여 발전 부문의 유상 할당 비율을 10%에서 50%로 확대하고, 발전 외 부문도 10%에서 15%로 상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예정이다. 그러나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은 여전히 100% 무상 할당이 유지되며, 이는 국제 경쟁력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하지만 무상 할당이 지속 가능한 정책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EU CBAM)가 2026년부터 시행되며, 수입품에 내재된 탄소배출량에 대해 비용을 부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국 기업들도 유럽으로 수출할 때 탄소비용을 지불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NDC35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국제적인 감축 목표가 강화됨에 따라 한국의 무상 할당 비율은 점진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4차 배출권거래제에서는 무상 할당이 가능하지만, 향후 5차와 6차로 넘어가면 배출권 공급량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에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그들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이미 일부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전기로를 건설하고 수소환원제철 기술에 집중 투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일부 화학 기업들은 규제 비용을 사전에 반영하기 위해 시장가격보다 높은 내부 탄소가격(ICP)을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선제적 대응은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탄소비용을 단순한 부담으로 인식하는 기업과 기술 전환의 기회로 인식하는 기업 간의 가치 격차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확대될 것이다.
한국 배출권 시장은 그동안 할당 기업만의 리그로 여겨졌고, 연간 거래 규모는 5000억 원에 불과했으며 유동성도 낮았다. 그러나 2023년 2월 7일부터 시행된 위탁매매 시스템은 이러한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제 자산운용사, 은행, 보험사들은 배출권을 증권사를 통해 거래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금융기관의 시장 참여를 허용한 결과다. 2026년에는 선물시장도 출시될 예정으로, 이는 레버리지 거래와 헤징이 가능하게 되어 시장 유동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배출권 ETF나 ETN와 같은 다양한 금융상품이 선물시장이 자리잡은 후 출시될 전망이다.
투자 기회도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직접적으로 배출권 현물 및 선물 거래를 통해 시장에 참여할 수 있으며, 간접적으로는 관련 생태계 기업에 대한 투자가 가능하다. 위탁매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들은 거래 수수료와 컨설팅 수익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으며, 탄소배출 관리 플랫폼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은 수요 폭증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4년에는 COP29에서 파리협정 제6조가 최종 타결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ITMO(국제적으로 이전된 감축 성과) 거래의 본격화를 의미한다. COP30에서는 글로벌 통합 탄소배출권 시장 구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예정이다. 이는 각국의 탄소시장이 서로 연결되고, 배출권 거래가 국경을 넘어 활성화되는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지금은 ESG 투자자와 경영자 모두에게 장기 전략을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단기적으로는 위탁매매 시스템을 활용하여 배출권 시장을 학습하고, 소규모 포지션을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기적으로는 CCUS(탄소포집 및 활용·저장) 기술과 녹색 수소 인프라 기업, 에너지 효율 솔루션 기업이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수소환원제철 같은 혁신 기술 기업과 탄소배출 관리 플랫폼 스타트업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탄소시장은 그동안 ‘잠자는 시장’에 가까웠으나, 4차 배출권거래제는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규제는 5차와 6차로 갈수록 더욱 강화될 것이며,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과 투자자만이 이러한 구조적 전환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한국의 탄소시장은 진정한 투자시장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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