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간 한국 벤처기업은 혁신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지만, 현재는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로 벗어나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벤처기업의 성장세가 국내 경제 평균 성장률을 크게 밑돌고 있으며, 이는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심각한 우려를 안겨준다. 최근 발표된 벤처기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3년까지 벤처기업의 총매출은 25.4%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한국의 GDP는 53% 증가하는 등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이러한 성장률은 한국 벤처기업이 내수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특히, 한국 벤처기업의 평균 매출은 지난 10년 동안 거의 제자리걸음을 해왔고, 해외 시장에 진출한 기업의 비율도 저조하다. 2022년 기준으로 수출 벤처기업의 비율은 26.1%에 불과하며, 이는 벤처기업협회가 설정한 70% 목표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 벤처 생태계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으며, 대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도 극히 드물다. 1998년 이후 벤처기업으로 인증받은 13만6000개 기업 중 대기업으로 성장한 곳은 단 11개에 불과하다.
내수 시장에만 편중된 사업 모델은 벤처기업의 성장에 큰 제약이 되고 있다. 팬택과 옐로모바일 같은 사례는 이러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두 기업은 한때 국내에서 성공을 거두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부족으로 인해 결국 위기를 맞았다. 팬택은 스마트폰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내수에 의존하게 되면서 사업을 접게 되었고, 옐로모바일은 인수합병 전략 실패와 기업공개 실패로 지난해 폐업 절차를 밟았다. 이처럼 개별 기업의 실패가 한국 벤처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또한, 기업이 성장할수록 규제가 증가하는 한국의 독특한 환경은 벤처기업의 성장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기업 규모에 따라 계단식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많은 제약을 받게 된다. 이러한 규제는 기업의 혁신을 저해하고, 결국 벤처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데 필요한 유연성을 상실하게 만든다.
한편, 창업은 용이하지만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구조 역시 한국 벤처 생태계의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벤처기업이 인수되면 실패로 간주되는 경향이 강한 한국에서는 전략적 M&A를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이 어려워진다. 이는 벤처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더욱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한국 벤처기업이 이러한 ‘3대 한국병’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혁신 없는 기업의 명멸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벤처기업의 성공을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며, 규제의 개선과 함께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한국의 미래 경제를 위해서는 벤처기업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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