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세무당국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조세소송에서 연이어 패소하고 있는 상황이 심각한 주목을 받고 있다. 구글코리아, 넷플릭스코리아, 메타 등 대형 기업들이 세무당국을 상대로 한 수천억원대 법인세 소송에서 잇따라 승소함에 따라, 이들 기업을 대리한 국내 대형 로펌들도 그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국세청은 지난 28일 구글코리아를 상대로 한 1540억원대 법인세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한 후 상고장을 제출했으나, 법원은 이미 구글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의 세무당국과 대형 글로벌 기업들 간의 복잡한 법적 쟁점들이 얽혀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 사건의 핵심 쟁점은 해외 법인에 지급되는 대가가 사업소득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 그리고 해당 기업들이 국내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고정사업장이 존재하는지를 둘러싸고 있다. OECD의 조세협약에 따르면, 협약국의 기업이 협약국 내에 고정사업장이 없을 경우 사업소득에 대한 과세는 불가능하다는 규정이 있다. 이는 국제적으로도 통용되는 원칙으로, 한국 세무당국이 이러한 법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구글 사건에서는 국내 광고 수익이 싱가포르 법인으로 송금된 사업소득인지, 혹은 과세가 가능한 사용료 소득인지를 두고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법원은 사업소득으로 판단하면서, 국내 고정사업장이 인정되지 않는 한 과세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넷플릭스 사건 또한 유사한 맥락에서 진행되었으며, 네덜란드 법인에 지급된 수수료가 사업소득으로 간주되면서 비슷한 판결이 내려졌다. 이러한 사건들은 세무당국의 국제조세 대응 역량과 제도적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세무변호사회 이사를 역임한 윤범준 변호사는 구글 사건을 두고 한국이 과세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강조했다. 그는 “해당 소득이 사업소득인 것은 분명해 보이므로, 해외 사업자의 국내 사업장이 없는 한 조세조약상 한국은 과세권이 없다”고 언급하며, 대법원에서 판례가 바뀔 여지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태도는 세무당국의 대응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조세 법리의 정비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빅테크의 과세소송에서 승리를 이끈 것은 국내 대형 로펌들이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구글코리아, 넷플릭스코리아, 메타 사건을 담당하며, 수백억에서 수천억원대의 조세 사건에서 승소를 이끌어 내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 역시 오라클의 3100억원대 법인세 취소소송에서 최종 승소를 거두었다. 이와 같은 상황은 국제조세 사건이 대형 로펌의 핵심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며,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빅테크를 대리하는 대형 로펌들은 대법원 조세조 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와 국세청 및 조세심판원 출신의 전문가, 국제조세조약에 정통한 외국변호사, 회계사 및 세무사 등 다양한 전문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이러한 전문 인력의 수요는 수천억원대 분쟁의 증가와 함께 더욱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과세당국은 오라클 사건에서 법무법인 태평양과 조세쟁송 분야의 강소 로펌을 선임하여 대응했지만, 현재까지 기존 법리를 뒤집고 승소한 사례는 드물다. 이에 따라 제도 정비의 필요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 교수와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 교수는 2023년 발표한 논문에서 현재의 고정사업장 기준이 제조업 중심의 과거 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IT 산업 중심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신언 세무사 또한 관련 논문에서 물리적 실재 여부와 관계없이 시장 소재지 국가에 대한 과세권 분배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세청은 개별 과세 사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으며, 국세기본법은 세무공무원이 납세자가 제출한 자료나 과세정보를 누설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세청은 하급심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상급심 판단을 추가로 받아보기로 한 상황이다. 이러한 복잡한 법적 쟁점과 함께 한국의 세무당국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주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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