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최근 자동차 산업의 부진과 경기 침체를 겪으며 방위산업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의 제조업과 자동차 산업은 세계적인 수요 감소와 지정학적 불안정성, 그리고 중국의 산업 추격으로 인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독일 정부와 기업들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 방위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 산업의 고전은 특히 눈에 띄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매달 약 1만5천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으며, 메르세데스-벤츠의 이익은 2025년까지 4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폭스바겐 역시 이익이 44% 줄어들었고, 이 회사는 2030년까지 독일 내 5만 개의 일자리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포르쉐의 영업이익도 무려 98% 감소하는 등 고급 브랜드마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독일은 방위산업으로 새로운 비전을 모색하고 있다.
카테리나 라이헤 경제장관은 “유럽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야 하며, 이는 방위 산업의 강화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공장들이 가동을 중단하는 대신 방위산업을 위한 재정비 작업에 들어가고 있으며, 해고된 숙련공들이 방산 산업으로 재배치되고 있다. 폭스바겐은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방공 체계에 필요한 부품을 생산하기 위해 이스라엘 기업들과 협의 중이며, 다수의 기업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무기와 탄약 생산에 나서고 있다. 미국에서만 생산되던 패트리엇 요격미사일도 독일에서 제조할 예정으로, 이는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이다.
특히 유럽의 벤처 캐피털이 방위산업에 투자한 자본의 90%가 독일 기업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셰플러의 클라우스 로즌펠드 CEO는 방산 부문에서 회사 전체 매출의 약 10%를 차지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다른 산업에서 방위산업으로의 전환이 얼마나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통적인 방산업체들은 제품 개발 주기가 길고 생산 확대에 수년이 걸리지만, 자동차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단련된 제조사들은 더 빠르게 생산 규모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 WSJ의 설명이다.
미국의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은 패트리엇 방공체계의 수요에 비해 생산 속도가 느리지만, 도이츠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패트리엇 방공체계에 필요한 엔진과 다양한 무인 체계, 장갑 차량을 공급하며 방산 시장에 진입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도이치는 방산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새로운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함으로써 다른 자동차 회사들과는 달리 대규모 해고 없이 지난해 매출이 15% 증가하는 성과를 올렸다.
방위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환경도 우호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유럽 국가들은 더 이상 미국에 안보를 의존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재무장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다. 방산업체들은 독일과 유럽연합(EU)의 규제 변화 덕분에 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기가 더 쉬워졌으며, NATO 소속 유럽 국가들이 방위 지출을 2035년까지 1조 유로(약 1천735조원)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며 국방 예산 증액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독일의 방위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으며, 자동차 산업의 어려움 속에서도 방산 분야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독일의 기업들이 방위산업으로 재편성되고 있는 현상은 단순히 산업 구조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국가 안보와 경제적 안정성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독일이 방위산업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 그리고 자동차 산업은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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