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의 숨겨진 현실 주 90시간 근무의 아이러니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의 도입으로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실제 근로자들의 업무량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 드러났다. 영국 BBC의 보도에 따르면, AI 기술이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전·현직 빅테크 근로자들은 주 최대 90시간에 달하는 근무를 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 IT업계에서 유명한 ‘996’ 근무와 유사한 상황이다.

구글의 마운틴뷰 캠퍼스와 같은 빅테크 기업의 본사는 고용주들이 AI를 통해 근무 부담을 줄이고 있다고 말하지만, 직원들은 현실적으로 장시간 근무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생산성의 역설’로 설명되며, AI가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대신 근로자들에게 더 많은 업무를 부여하고 있다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특히 ‘전력 질주’ 기간, 즉 신제품 출시나 기능 업데이트를 앞둔 몇 주 동안 근무 시간이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 이 시기에 근로자들은 ‘스프린트’라는 용어로 불리는 집중 근무 기간에 돌입하여, 주 7일 최대 90시간까지 일하기도 한다. 오픈AI와 앤트로픽과 같은 기업에서는 이러한 스프린트가 수주간 계속되며, 하나의 전직 직원은 BBC 인터뷰에서 주 70시간 이상 근무했다고 털어놓았다.

근로자들은 이러한 노동 환경 속에서 경쟁적인 성과 평가 문화와 함께 심리적 압박을 느끼고 있으며, 동료가 갑자기 해고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구글에서 일했던 한 직원은 AI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밤샘 작업을 해야 했고, 결국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메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서는 직원들이 의사와 상관없이 AI 관련 긴급 업무에 강제로 배치되는 ‘차출’ 문화가 만연하다. 메타의 전직 직원은 차출을 거절할 경우 회사를 그만두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최근 8000명의 직원이 해고된 사실을 언급했다. 이와 같은 불안정한 고용 환경은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팀이나 프로젝트의 급작스러운 변화로 인해 업무의 연속성까지 위협받는다.

이처럼 AI의 도입이 오히려 근로자들에게 더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은 UC버클리의 연구에서도 확인되었다. 연구팀은 미국 테크 업계의 수백 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AI 사용에 따른 업무 변화를 추적한 결과, 근무 시간이 늘어나고 더 많은 업무를 맡게 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MIT의 닐 톰슨 연구자는 AI가 업무 시간을 절약하더라도 그로 인해 새로운 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실제로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다시금 더 많은 시간을 소모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러한 혹독한 근로 환경에도 불구하고, 빅테크 직원들은 막대한 성과급을 통해 보상을 받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엔비디아, 인텔, 마이크론과 같은 반도체 회사는 물론, 아마존, 알파벳(구글), 메타와 같은 기업들은 직원 보상에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RSU는 성과 달성이나 재직 기간 등의 조건을 충족할 경우 무상으로 주식을 지급하는 제도로, 주가 상승에 따라 보상 규모가 커지는 방식이다.

결국, 빅테크 직원들의 높은 근무 시간과 과중한 업무량은 그들이 받는 성과급의 규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는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된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성과급 지급에 대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과 비교되는 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AI를 통해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보다는 오히려 직원들에게 더 많은 부담을 주고 있으며, 그 결과로 나타나는 성과급의 유혹이 직원들을 더욱 혹독한 환경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관련기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544152?sid=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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