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주식소유제의 가능성과 금융 자본의 새로운 패러다임

최근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상장된 LG필립스LCD의 공모청약은 우리나라 증시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청약에 참여했지만 주금을 납입하지 않아 배정된 물량의 70%가 실권 처리된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배정된 물량을 모두 소화하며 오히려 국내 기관투자가가 포기한 물량까지 사들였다. 이러한 상황은 국내에서 주식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가운데 노후 대비 자금을 마련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의 갈망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과 같은 주요 노후 자금은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주식에 많은 비중을 두기 어렵고, 퇴직금 역시 기업 내부에 묶여 있는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종업원주식소유제(ESOP)가 떠오르고 있다.

ESOP는 근로자가 자사 주식을 소유함으로써 고용주와 주주 간의 이해를 일치시키고 노사 간의 협력을 촉진하는 제도이다. 근로자가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면 기업의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임금 외에도 성과급을 자사주식으로 지급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고, 기업은 잦은 노사 분쟁으로 인한 생산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또한, ESOP는 기업의 우호 지분으로 작용하여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의 방어 수단이 될 수 있다. 근로자들은 주주로서 경영 감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 이를 통해 회사의 배당이나 주가 상승으로 재산을 증대시킬 수 있다.

ESOP는 경제적 이익을 넘어 사회적 동기까지 포괄하는 제도로,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주식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노사 간의 대립적 관계에서 벗어나 서로를 동반자로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현재 공모펀드를 중심으로 한 외부 투자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ESOP가 금융의 주류로 자리 잡을지는 불확실하지만, 공동체적 유대감과 윤리적 경영을 중시하는 금융기관이나 지방은행에서 긍정적인 시도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ESOP의 형태는 다양하다. 근로자에게 자사주를 지속적으로 증여하거나, 대주주가 우리사주조합에 자사주를 기부하는 방식이 원시적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스톡옵션을 활용하여 회사 실적에 기여한 직원에게 주어지는 보상을 전사원에게 확대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주주총회에서 결의하여 전사원이 시가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을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일정 기간 동안 주식을 매도할 수 없는 조건을 두게 된다. 차입형 ESOP는 기업의 지급 보증을 통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자사주식을 사는 방식으로, 회사가 원리금을 상환하며 주식을 근로자 계정에 추가하는 구조다. 하지만 이 방식은 회사의 자금 부담이 크기 때문에 정부의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ESOP 제도는 역사적으로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968년 처음 도입된 이후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쳤지만, 현재 우리사주조합은 전체 기업의 1.3%에 불과하며, 상장법인의 경우 종업원 소유 지분은 1% 미만에서 큰 변화가 없다. 이러한 저조한 참여율은 제도적 결함, 세제 및 금융 지원 부족, 그리고 노사 간의 경계감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근로자들이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주식 구매에서 손실을 경험한 경우가 많아 제도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ESOP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노사 간의 신뢰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재계는 이 제도가 노동계의 경영 간섭으로 악용될까 우려하고 있으며, 노동계는 경영 참여가 자신들의 정체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호 간의 경계감은 제도의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는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ESOP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서로 간의 이해와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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