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혁신을 위한 금융의 새로운 길

최근 개봉한 영화 ‘오디세이’는 오디세우스의 고향 이타카로의 긴 여정을 통해 인내와 시간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혁신의 여정과도 유사합니다. 기술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쳐야 합니다. 혁신 깔대기 이론에 따르면, 시장에서 성공하는 제품은 3000개의 아이디어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합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금융 환경은 이러한 긴 기다림을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특히 인공지능, 반도체, 로봇과 같은 딥테크 기업들은 불확실성과 위험이 크기 때문에, 많은 경우 담보와 즉각적인 매출을 중시하는 금융기관의 눈에 고위험 기업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들 중에서 미래의 혁신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이 탄생합니다.

혁신 기업이 시장에서 기술을 꽃피우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며, 이를 기다려주는 자본이 필수적입니다. 정부의 차세대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 프로젝트에는 10년간 1500조 원 이상의 투자가 계획되고 있지만, 이러한 대규모 투자만으로는 AI 혁명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오늘날의 혁신은 기업 간의 협력과 연결을 통해 이루어지며, 이는 에코시스템을 통해 가능해집니다. 전력, 냉각, 로봇, 센서, 데이터,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기술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고 경쟁력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만 대규모 투자가 산업 전반의 혁신으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기술 중소기업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여정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기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단가와 품질을 맞추고 고객을 확보하는 사업화의 관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1.0%로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이는 금융기관의 위험 관리가 강화되면서 기술 중소기업의 ‘죽음의 계곡’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되면 혁신 없는 ‘다산다사’형 생태계가 형성될 위험이 커집니다. 따라서 AI 혁명의 낙수효과를 기다리기보다는 혁신의 물길을 설계해야 합니다.

여기서 기술 평가 기반의 정책 보증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기업의 재무제표와 담보 대신 기술과 인력의 가능성에 중점을 두어 평가의 기준을 바꿔야 합니다. 공공 금융이 기술 중소기업이 불확실성과 위험을 견딜 수 있는 시간과 자금을 제공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는 공공 금융이 마련한 물길을 통해 민간 자금도 기술 혁신으로 흐르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기술 보증 기금과 같은 공적 금융 기관은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정책 보증 재원의 확충 또한 같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국가 전략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기술 중소기업의 금융 인프라도 함께 구축해야 합니다. 공공 금융이 기술 평가와 정책 보증을 통해 마중물 역할을 하여 민간 자금을 연결한다면, 더 많은 혁신 기업의 도전을 지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AI 혁명 시대가 도래한 현재, 대한민국의 새로운 오디세이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오디세우스가 겪은 시련의 시간과 이타카 사람들의 기다림의 시간처럼,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도 기술 중소기업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혁신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금융이 필요합니다. AI 혁명이 가속화되는 오늘이야말로 ‘오디세이의 금융’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관련기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1/0004654360?sid=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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