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생태계의 미래를 위한 기술보증기금의 역할 재조명

대한민국의 벤처기업 육성에 대한 의지는 날로 강해지고 있지만, 그 속에서 기술보증기금의 재정구조가 과연 이 목표에 부합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광재 국회 예결위원장이 제기한 문제는 단순히 수치의 차이를 넘어, 기술기업이 겪는 현실적인 리스크를 반영해야 하는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잔액과 기본재산을 비교해보면, 신용보증기금은 약 62조 7000억원의 보증잔액과 8조 5000억원의 기본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기술보증기금은 약 30조 5000억원의 보증잔액과 3조 1000억원의 기본재산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숫자들은 기술보증기금이 상대적으로 더 적은 기본재산으로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구조임을 보여준다.

특히, 금융회사가 내는 법정출연금의 비율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신용보증기금은 대출금 기준으로 연 0.225%의 출연요율을 적용받는 반면, 기술보증기금은 0.135%에 불과하다. 이는 기술보증기금이 신용보증기금보다 60%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불균형은 벤처기업이 직면한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기술보증기금은 기업의 기술적 가치를 평가하고, 담보가 부족한 혁신적인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은행의 신용평가 기준에 따르면, 매출이 없거나 적은 기업들은 위험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혁신 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기업들이 미래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점에서 기술보증기금은 보다 과감하게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구조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벤처금융의 본질은 실패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성공 기업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좋은 실패’를 감내하는 것이다. 만약 기술보증기관이 대위변제를 무조건 실패로 간주하게 된다면, 이는 기술보증기금이 본래의 역할을 상실하게 만들고, 결국 또 다른 신용보증기관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정책의 접근 방식 또한 변화해야 한다. ‘손실을 적게 내는 기관’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혁신 금융이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부실한 심사와 도덕적 해이는 철저히 방지해야 하지만, 정상적인 기술 위험을 감수하여 발생한 손실조차 정책 실패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과거의 통계를 살펴보면, 2022년 말 대위변제율에서 신용보증기금이 1.4%, 기술보증기금이 1.9%로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으며, 사고율 또한 신보가 2.0%인 반면 기보는 2.7%에 불과했다. 이는 기술기업에 대한 지원이 반드시 손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기술 및 벤처 금융은 미래의 불확실성과 더 큰 위험을 감당하는 업무로, 이러한 위험을 감당할 자본이 충분해야 한다.

정부의 출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25년 통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보에 700억원을 출연하고, 기보의 자체 재원 260억원을 합쳐 960억원의 재원을 조성하는 등의 노력으로 1조 2000억원 규모의 특례보증을 공급하였다. 이는 정부와 기보가 협력하여 창출한 금융 효과로, 약 12.5배에 해당하는 결과를 보여준다.

결국, 벤처 정책의 질문은 ‘벤처기업에 얼마를 지원할 것인가?’에서 ‘민간 금융이 벤처기업에 들어가게 만드는 위험 흡수 자본을 얼마나 만들 것인가?’로 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세 가지 개혁이 필요하다. 첫째, 금융회사의 기술보증기금 출연요율을 현실화해야 한다. 둘째, 정부 출연금을 혁신 투자를 위한 자본으로 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보의 성과 평가 체계도 변화해야 하며, 단순히 대위변제율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매출, 고용, 후속 투자 유치 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은행들은 출연요율 인상에 반대할 수 있지만, 보증기관의 존재 덕분에 은행도 담보와 신용이 부족한 기업에 대출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법정 출연금은 단순한 준조세가 아닌, 정책 보증을 통해 은행이 이전한 신용 위험의 대가이자 혁신 금융 생태계에 참여하는 비용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결국, 대한민국이 기술기업에 직접 돈을 빌려주지 않는 가장 안전한 금융 시스템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실패가 있을 수 있는 도전에 과감히 나서 세계적인 기업을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이다. 기술보증기금은 그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벤처기업의 도전 정신을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기보의 자본을 늘리고, 금융회사의 출연 제도를 재설계하여 기술금융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도전할 수 있는 금융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며, 그 출발점은 기술보증기금의 자본을 키우는 일이 되어야 한다.

정책적으로는 ‘기보 출연요율을 신보와 동일하게 만들자’는 단순한 접근보다는, ‘기술 위험도와 운용 배수, 정책성과에 연동하는 기술 금융 출연 요율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관점이 더욱 중요하다. 기술보증기금의 법률상 출연 요율 상한은 이미 연 0.3%로 설정되어 있으므로, 현재 0.135%에서 0.18%에서 0.20%로, 나아가 0.225%로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가야 한다.

[관련기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92/0002436610?sid=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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