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AI 혁명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

2024년 5월, 케냐의 데이터 센터에서 지열 에너지가 가동되며 새로운 디지털 시대의 서막이 열리고 있었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랍에미리트의 AI 기업 G42가 10억 달러 규모의 디지털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케냐가 동아프리카의 AI 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이 꿈은 곧 전력 공급 문제와 계약 조건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케냐 정부는 사업 중단설을 부인했지만, 전력 공급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사건은 아프리카가 AI 경쟁에서 직면한 도전 과제를 여실히 드러낸다. 첨단 기술이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 하더라도 기초적인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AI 기술의 발전 속에서 아프리카는 ‘작은 AI’라는 대안적인 접근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세계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고소득 국가들은 주요 AI 모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저소득 국가들은 이에 비해 미미한 비중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작은 AI는 상대적으로 적은 연산 자원으로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아프리카의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는 소형 언어모델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는 현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남아프리카의 렐라파AI는 스와힐리어와 요루바어를 지원하는 인쿠바LM을 개발했으며, 나이지리아의 인트론은 지역 고유의 억양을 인식하는 음성 AI를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아프리카는 큰 모델에 의존하기보다는 현지의 언어와 문화적 배경에 맞춘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자금 부족 문제는 여전히 큰 장벽으로 남아 있으며, AI 관련 기업의 조달 비중은 14%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은 아프리카의 AI 산업이 글로벌 투자 열풍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AI의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인프라의 개선이 필수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연구에 따르면, AI 활용을 통한 GDP의 추가 제고 효과는 10년간 누적 4%에 이를 수 있지만, 현재의 준비 상태를 고려하면 0.4%에 불과하다. 이는 AI의 크기나 복잡성보다도 전력, 통신, 현지 데이터와 활용 능력 등이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AI 기술이 실제로 현장에서 사용되고 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접근성이 높아져야 하며, 이는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서는 과제이다.

최근 남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사건은 이러한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정부의 AI 정책 초안에 존재하지 않는 참고문헌이 포함되어 있었던 사건은 AI에 대한 검증과 관리 체계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AI가 생성하는 정보가 항상 정확하지 않다는 점은 규제와 정책 수립에 있어 검증할 수 있는 인력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아프리카연합(AU)은 AI의 위험 관리와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는 규제와 산업 육성을 동시에 고려한 접근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가나의 국가 AI 전략 역시 유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정부는 AI 컴퓨팅센터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데이터 관리와 윤리적 안전장치 또한 주요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이 실제로 실현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이 과정에서 아프리카의 AI 혁명이 단순히 기술적 진보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국이 함께 협력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한국은 아프리카와의 협력에서 전자정부, 의료 기기, 농업 기술 등을 현지의 수요와 연결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현지 대학과 기업이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데이터를 구축해야 하며, 소규모 실증을 통해 효과를 검증한 후 공공 조달과 연결해 나가는 경로도 마련해야 한다. 데이터의 권리와 활용 수익, 운영 책임을 미리 협의하여 협력의 성과가 현지 기업의 매출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아프리카의 AI 혁명은 단순히 기술의 발전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각 국가의 출발점이 다르고 자원과 인프라의 격차가 존재하는 만큼, 이 지역의 고유한 언어와 문화에 기반한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 챗GPT와 같은 거대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해서 아프리카의 혁신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현지에서 가장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누가 기술을 사용할 것인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이 아프리카와 함께 고민해야 할 질문이 바로 여기에 있다.

[관련기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6377804?sid=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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