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29일, 쿠팡의 창립자이자 쿠팡Inc의 의장인 김범석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첫 미국인 대기업 총수로 지정되었다. 이는 1986년 이후 40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미국 법인 CEO가 국내법의 적용을 받게 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결정은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의 변화를 시사하며, 향후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한국 내 투자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은 김범석 의장과 그의 친족이 한국 계열사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익편취 우려가 없다고 주장하며, 이를 입증하기 위한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총수 지정이 미국 상장 기업 CEO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현재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페이스북 등 여러 해외 기업이 한국에 일정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기업의 내부 규정에 그치지 않고, 양국 간의 통상 마찰과 정치적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결정이 정당한 법 집행이라며 미국 정부의 반발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 정부는 오랜 기간 쿠팡과 같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우려해왔다. 최근 미국 내 공화당 의원들이 한국 정부에 대해 쿠팡과 같은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는 항의 서한을 발송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쿠팡의 동일인 지정은 단순한 기업 운영 측면에서도 복잡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쿠팡Inc는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시 의무를 준수하고 있으며, 동일인 지정에 따라 한국 정부에도 추가적인 공시 및 자료 제출을 요구받게 되어 이중 규제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김 의장이 총수로 지정될 경우, 쿠팡과 별개로 운영되는 미국 법인 CEO들도 동일인 관련자로 지정되어 정보보고 제출 의무를 지게 된다. 이는 한국과 미국의 이사회 운영 제도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미국 상장사는 과반 이상이 독립이사로 구성되어야 하는 반면, 한국 기업은 사내이사가 주도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정이 기업의 구조적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동일인 제도가 다양한 기업 구조에 일률적인 잣대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경고하며,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한국의 특수한 기업 지배구조를 기반으로 한 동일인 제도가 글로벌한 경쟁 구도에서 적합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우려는 쿠팡의 총수 지정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쿠팡의 김범석 의장 총수 지정은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변화뿐 아니라, 미국과 한국 간의 경제 관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사안이다. 이러한 결정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기업과 정부, 그리고 사회 전반에 걸쳐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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