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예술계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많은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아시아경제의 새로운 연재 코너에서 김대식 교수와 김혜연 안무가가 예술가의 창작 과정과 AI의 역할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눈다. 그 중에서도 만욱(박경화) 작가는 AI와의 협업을 통해 창작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만욱은 사회학을 전공한 후 미술계에 뛰어든 독특한 이력을 가진 작가로, 제도권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비전공자라는 점이 오히려 그의 예술적 색깔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는 앤디 워홀의 작품에 큰 감명을 받아 예술 세계에 발을 들였고,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법론을 발전시켰다. 특히, 그는 형광색을 과감하게 사용하고 비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며, 최근에는 AI를 창작의 파트너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AI와의 협업을 통해 그는 ‘젠 프린트(Gen Print)’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AI가 생성한 작품을 실용신안으로 등록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개인전 ‘글리치 정원: 작동하는 식물, 자라는 기계, 망설이는 인간’은 AI와의 협업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식물과 기계, 인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예술적 풍경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예술 세계에서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대화의 상대이자 창의력을 확장시켜주는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 만욱은 AI와의 작업 과정에서 자신의 작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하는데, 이 과정에서 AI가 찾아낸 패턴은 그의 작업에 대한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그는 AI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예술적 주제를 더 깊이 있게 탐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기회를 얻었다고 강조한다.
이번 전시에서 만욱이 선보이는 설치 작업은 기계의 오류 에너지를 활용하여 잡초를 키우는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다. 그는 잡초와 기계를 연결하여 ‘누가 누구를 자라게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현대 사회에서 인간과 기계, 자연이 서로의 조건이 되는 과정을 탐구하고 있다. 이 작업은 단순한 예술적 표현을 넘어,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는 현대 사회를 반영하고 있다.
AI로 생성된 작품과 수작업의 차이에 대해 만욱은 이제는 눈으로 구별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그러나 작가들 간의 대화에서는 여전히 구별이 가능하다고 덧붙인다. 그는 AI를 사용한 창작이 반드시 명확한 이유와 목적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투명한 사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많은 작가들이 AI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만, 그는 AI가 창작의 본질을 위협하기보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믿고 있다.
AI 시대에 예술가에게 필요한 것은 신체 경험과 ‘나’라는 존재의 고유성이라고 만욱은 말한다. AI는 이론적으로 감정을 설명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 감정을 경험한 것은 아니다. 그는 예술가가 직접 경험하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AI 시대에 가장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작업하는 것이 진정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결국, 만욱은 AI와 함께하는 새로운 예술적 탐구가 우리가 서로의 조건을 이해하고, 공존하는 방식을 다시 그려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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