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교수는 한국 경제의 빠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체감은 여전히 미비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실질성장률이 3%에 다가가고 있으며, 명목성장률은 두 자릿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올해 실질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상향 조정했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증가와 교역조건의 개선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 성장의 성과가 국민의 생활에 실질적으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로 남아 있다.
수출이 증가하면서 수출 대금이 국내로 유입되고, 원화가 절상되어 환율이 안정되는 과정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수출 대기업의 이익은 급증하고 있으나, 그 혜택이 협력업체의 단가, 임금, 자영업자 매출, 청년의 일자리로 이어지는 속도는 느리다. 많은 국민이 반도체 산업의 성과를 바라보며 ‘이 성장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 없다면, 반도체 중심의 성장정책은 국민적 지지를 잃고 지속 가능하지 못할 것이다.
세계적인 투자 귀재인 워런 버핏이 지적한 바와 같이, 부유층이 더 높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욱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저소득 근로자가 부유층보다 높은 세율을 부담하는 현실을 비판하며, 시장경제의 수혜자들이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는 관점은 앞으로의 사회적 재분배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재분배는 단순히 성장의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체제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고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장치로 기능해야 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다. 저출생으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으며, 국가데이터처의 전망에 따르면 2040년에는 생산가능인구가 현재의 3700만명에서 2900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인공지능(AI)의 발전이 일부 직무의 노동 수요를 감소시킬 가능성도 존재한다. AI 개발자들이 AI에 의해 대체되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노동시장에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안전망은 정규직 임금 노동자 위주로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노동자 수가 줄고, 비정형 노동이 증가함에 따라 기존 사회보험 시스템의 재정과 사각지대 문제는 구조적으로 심화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충격은 직업을 구하려는 청년들에게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다. 2023년 6월 청년 고용률은 43.9%로, 전년 동월보다 1.7%포인트 감소했다. 취업이 어려워지고 기업이 신입보다는 경력직을 선호하는 경향은 교육과 산업 현장의 수요 간의 간극을 더욱 심화시킨다. 좋은 일자리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높은 주거비로 인해 청년들이 자산을 축적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새로 설계될 미래성장기금은 단순히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 기금에 그쳐서는 안 된다. ‘모두의 성장’이라는 원칙이 강조되었지만, 기술 보급 정책이 지나치게 부각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모두의 성장은 반도체 공장과 AI 모델의 개발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미래성장기금은 산업 전환에 따른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AI로 인해 직무가 사라지거나 일자리를 잃는 이들에게 전직 및 이직 교육을 제공하고, 훈련 기간 중에는 충분한 실업급여와 소득 지원을 보장해야 한다. 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도 고용 형태에 관계없이 사회보험과 직업 훈련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청년들에게는 현장과 연결된 교육 기회와 양질의 일자리, 주거 지원이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
경제 성장률을 높이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장의 과실이 국민 대다수에게 돌아갈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일이다. 명목성장률이 단순한 지표에 그치지 않고, 임금과 일자리, 주거 안정,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국민들은 경제 성장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재정 정책은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와 함께 전환 과정에서 밀려날 사람들을 보호하는 데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것이 모두의 성장을 구호가 아닌 현실로 만드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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