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포털 사이트 다음을 인수하면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조가 있는 계열사를 보유하게 되었다. 이는 카카오에서 분사된 다음의 기존 노조가 유지되면서 발생한 변화로, 최근 판교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노사 관계가 중요한 경영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업스테이지도 이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19일 정보기술 업계의 소식에 따르면,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소속의 다음 조합원들은 최근 사측과 3년 근속 시 휴가 10일과 함께 600만 원의 휴가비를 지급받기로 합의했다. 이는 업계에서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며, 업스테이지가 다음을 인수한 이후 이루어진 첫 번째 단체 협약이기도 하다. 다음의 노조는 카카오에서 AXZ로 분사된 이후에도 조직을 유지해왔고, 업스테이지가 AXZ의 지분 100%를 인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조합원들의 지위는 변화가 없었다. 대주주가 카카오에서 업스테이지로 변경되었지만, 기존의 노사 관계는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다만, 다음의 노조와의 직접적인 교섭 상대는 업스테이지가 아닌 다음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다음은 인수 이후에도 별도의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임금, 인사, 근로 조건 등을 둘러싼 교섭은 다음의 경영진과 노조 간에 진행되고 있다. 업스테이지는 다음의 경영 사항에 직접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렇지만, 업스테이지에게는 이전에는 없었던 노사 관계라는 새로운 경영 변수가 생기게 된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업스테이지는 최근 다음과 타임리를 차례로 인수하면서 3개 독립 법인을 묶어 ‘업스테이지 컴퍼니’ 체제를 구축하였다. AI 모델 개발을 중심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이 M&A를 통해 포털과 AI 에이전트 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하면서, 이제는 조직과 인사 및 노무 측면에서도 더욱 복잡한 기업 구조를 갖추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체제 속에서 3개 독립 법인 중 단 한 곳에만 노조가 존재하게 되면서, 업계에서는 다음 노조의 존재가 업스테이지 컴퍼니 전체의 노조 조직화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은 모회사와 계열사 노조 간의 관계를 IT 업계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게 만들었다. 개정법은 근로계약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 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그 범위 내에서 사용자가 인정되도록 범위를 확대하였다.
현재 업스테이지는 다음 노조와의 교섭에서 직접적인 상대가 되지 않지만, 향후 계열사 간 사업 통합이 심화되고 조직 개편 또는 인력 재배치, 임금 체계 등에 있어 다음 구성원의 근로 조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 모회사와 계열사 노조 간의 관계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변화는 업스테이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M&A와 분사, 계열사 간의 사업 재편이 빈번히 일어나는 판교 IT 업계에서는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을 계기로 모회사와 계열사의 노사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주요 경영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보상 체계 개편과 계열사 고용 안정 등을 요구하며 지난 6월 창사 이후 첫 파업을 단행하였고, 네이버 노조 역시 최근에 본사와 계열사별로 진행되는 단체 교섭을 하나의 테이블로 묶는 ‘통합 교섭’ 추진을 공식화하였다. 이러한 상황은 IT 업계 전반에 걸쳐 노사 관계의 복잡성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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